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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구 씨티은행장, 구조조정 놓고 노조와 기싸움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4-04-18 17: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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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이 구조조정을 놓고 노조와 벌이는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하 행장이 지점폐쇄를 추진하는 와중에 ‘살생부’ 논란이 터져나오면서 노조가 지점 폐쇄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반발하고 있다.

◆ 강력하고 지속적인 구조조정, 노조 반발


하 행장은 이달 들어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진행중이다. 지난 8일 56개 지점의 문을 닫고 직원 650여 명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9일부터 수원역·경서동·도곡매봉·압구정미성·이촌중앙을 시작으로 7주 동안 매주 5~10개의 지점이 문을 닫게 된다. 폐쇄 대상 점포에 부평중앙·청담파크 등 10개가 추가됐다.


  하영구 씨티은행장, 구조조정 놓고 노조와 기싸움  
▲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하 행장은 구조조정 이유로 지난 2년간 계속 부진했던 실적을 들었다. 씨티은행이 2012년 얻은 연간 당기순이익 2385억 원은 1년 전 4568억 원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더 사정이 나빠져 당기순이익 2191억 원에 머물렀다.


씨티은행 노조는 하 행장의 결정에 반발하며 지난 10일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그러나 쟁의조정 과정에서 하 행장은 노조가 요구한 46개 항목을 모두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사실상 파업을 유도하고 있다”며 “쟁의조정이 결렬되면 대의원 대회를 열고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찬성 비율이 높을 경우 씨티은행은 2004년 이후 10년 만에 파업을 맞게 된다.


씨티은행 노조는 16일 법원에 점포폐쇄 조치를 금지하라는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노조 관계자들은 “대규모 영업점 폐쇄와 조직 축소는 60일 전에 노조에 통보하고 합의해야 한다”며 회사가 이를 어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1차 폐쇄 대상 지점은 수익성이 매우 양호해 폐쇄 이유가 없다”며 “구조조정을 빌미로 지점을 마구잡이로 폐쇄한다”고 비판했다.


씨티은행은 노조의 주장이 틀렸다고 반박했다. 은행은 “(지점 폐쇄는) 점포 운영의 효율화 차원에서 지점 통합을 시행하는 것”이라며 “이는 노조와의 협의대상이 아니라 경영진의 고유 권한인 경영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은 노조와 협의를 해야 한다”며 “현재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업계는 점포 통합으로 인력을 줄여야 한 상황이 온 만큼 대규모 구조조정이 곧 진행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재 190개인 전체 지점 중 33% 수준인 56개를 줄이는 동시에 희망퇴직 목표 650명을 채우려면 퇴직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 구조조정 위한 ‘살생부’ 논란


하 행장과 노조의 갈등은 지난 17일 구조조정 관련 ‘살생부’ 논란이 생기면서 극한 대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씨티은행은 최근 전국 영업본부장을 대상으로 각 지점 평가 자료를 써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은행 내부에서 만들어진 이 평가 자료의 이름은 ‘지점장(BM) 평가 기초 자료’다. 씨티은행이 지난 8일 지점 56개를 없애는 등 영업점 효율화를 발표한 이후 작성됐다. 자료에 각 지점장을 ‘통과 그룹’과 ‘의심 그룹’으로 나누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은행은 통폐합된 영업점장에 앉을 사람을 뽑기 위해 자료를 만들었다고 해명했다. 한 관계자는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겠다는 차원”이라며 “희망퇴직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씨티은행 노조는 구조조정 대상을 회사에서 미리 골랐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통과그룹은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람이고, 의심그룹은 구조조정 대상자를 놓고 하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지점장이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비슷한 목록을 만들고 있다”는 의혹도 제시했다.


  하영구 씨티은행장, 구조조정 놓고 노조와 기싸움  
▲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이 매각을 검토 중인 서울 중구 다동 씨티은행 본점 건물 <뉴시스>

◆ 사옥매각 ‘해프닝’까지 곁들여져


하 행장과 노조가 부딪치는 와중에 서울 중구 다동에 있는 씨티은행 기업금융센터 본점사옥 매각을 놓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 행장이 사옥을 팔 생각이 있다고 노조에서 밝힌 지 이틀 만에 본인이 즉각 부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김영준 씨티은행 노조위원장은 최근 면담에서 하 행장이 다동 본점 매각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고 지난 16일 전했다. 예상 가격은 3천억~4천억 원이었다. 내년 2분기에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로 본점을 이전하겠다는 말도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를 놓고 하 행장이 사옥매각 대금을 인력 구조조정에 필요한 명예퇴직금 재원으로 쓸 것으로 추측했다. 김 위원장도 “구조조정을 완수하고 은행의 이익률도 높여 (하 행장 자신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풀이했다.


그러나 하 행장은 “다동 사옥 매각은 노조에 제시한 대안 3개 중 하나”라며 “매각은 전혀 결정되지 않았다”고 18일 밝혔다. 김 위원장과 만나면서 사옥을 팔겠다고 말했다는 노조 의견을 전면 부정한 셈이다.


이날 오전 서울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 참여한 자리에서 하 행장은 “누가 (사옥 값으로) 4천억 원을 준다고 했나”며 “그 값을 준다면 당장 팔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동 사옥에 관해) 노조에 제시한 3가지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할 계획”이라며 “의사결정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조 집행부 간담회 당시 하 행장은 ▲다동 사옥 매각 후 통합이전 ▲다동 사옥 리노베이션 ▲분리된 기업·소매금융 센터의 유기적 통합 등 3가지를 제안했다. 그러나 현재 소매금융을 맡은 신문로 씨티뱅크센터와 기업금융센터인 다동 사옥은 서로 업무가 완전히 분리된 상태다. 내부 관계자들은 두 센터의 업무가 유기적으로 통합될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이들은 하 행장이 사옥을 매각하거나 리노베이션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하 행장의 뜻은 아직 굳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아직 사옥을 매물로 내놓지도 않았다”며 “특히 명예퇴직금 마련을 위한 사옥매각은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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