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주 제2공항과 관련해 반대여론과 비상도민회의의 공론화 요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건설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원 지사가 제주공항의 만성적 포화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제2공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지만 유튜브 개인방송 등에서 도정을 벗어난 정치적 발언을 계속하고 있어 중앙정치로 복귀하기 위한 치적으로 제2공항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30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제주 제2공항 건설을 위한 국토교통부의 기본계획 고시가 10월 안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는 20일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환경부에 제출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계획을 수립할 때 환경보전계획과 비교·분석을 거쳐 해당 계획의 적정성 등을 검토하는 것을 말한다.
국토부는 6월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용역 최종보고회에서 10월경 관보에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을 고시해 법적으로 제2공항 건설을 확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국토부가 제출한 제주 제2공항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등에서 검토하겠지만 그동안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 10월 안에 국토부의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국토부가 제주 제2공항 건설 기본계획을 고시하면 성산읍 일대 760만㎡ 제2공항 용지의 토지수용을 마친 뒤 제주 제2공항 착공에 들어가기로 했다.
국토부의 제주 제2공항 관련 기본계획에는 2035년까지 1년 기준 여객 1690만 명, 운항 횟수 10만5천 회를 수용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제2공항에는 활주로 1본과 유도로 6본, 계류장 65개소가 들어선다.
제주도는 국토부의 기본계획 고시를 앞두고 제주 제2공항 건설 추진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제주지역 시민단체 등은 생태환경의 파괴 등을 이유로 제주 제2공항 건설을 계속 반대하고 있다.
제주도내 100여 개 시민사회단체와 학계, 종교계, 노동계 등으로 구성한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18일 제주도민 1만2천여 명의 서명이 담긴 ‘제주 제2공항 건설 관련 공론화 요구 청원서’를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 접수했다.
비상도민회의는 “제2공항이 들어서는 성산읍 일대는 생태적 가치가 매우 우수한 국제적 생태공간으로 면밀한 검토없이 공항 건설을 하면 수백 년을 지켜 온 자연생태계가 망가지고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이자 월동지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제주도의회는 24일 비상도민회의의 ‘제주 제2공항 공론화 요구 청원’을 가결했다.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은 "도의회가 이번 청원을 통과시킨 것은 제주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해 도민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제주 제2공항 건설에 관한 도민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원 지사가 공론화에 관해 불가 입장을 밝혔지만 공론조사가 가장 빨리 갈등을 끝낼 수 있는 방안"이라며 "원 지사가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으니 만약 거부하려면 그에 맞는 합당한 이유와 명분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원 지사가 그동안 수차례 제주 제2공항의 공론조사 불가 입장을 밝힌 만큼 공론조사 추진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원 지사는 제주지역의 한 언론과 나눈 인터뷰에서 “2015년 11월 제2공항 입지가 성산읍 일대로 확정된 뒤 공청회와 도민설명회, 토론회 등 공식 의견수렴만 70여 차례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입지 타당성 재조사 용역을 실시하고 제주 제2공항 건설 추진의 타당성 검토를 끝낸 상황에서 공론화 요구는 반대세력의 시간끌기에 불과한 것”이라며 제주 제2공항 건설 공론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원 지사가 반대를 무릅쓰고 제주 제2공항 건설을 추진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제주공항의 수용능력 초과다.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공항 이용 인원은 2018년 기준 2900만 명을 넘는다. 제주공항의 적정 수용 인원은 2600만 명이다.
원 지사는 “2045년에는 3890만 명이 제주 공항을 이용한다는 예측이 있는 만큼 제2공항을 건설해 제주공항의 만성적 포화상태를 탈피해야 한다”며 “제주 제2공항을 제주의 경제지도를 바꾸는 백년대계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원 지사가 유튜브 개인채널을 운영하면서 여러가지 정치적 문제를 언급하는 등 도정을 벗어난 정치적 행보를 보이고 있어 원 지사가 제주 제2공항 건설을 중앙정치에 다시 진출하기 위한 치적으로 쓰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원 지사는 이런 시선를 놓고 “중앙정치가 안정이 되지 않으면 지방도 불안해지기 때문에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보수대통합을 언급한 것은 제주도정의 연장선상”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원 지사가 중앙정치로 복귀하려면 국민들의 뇌리에 남을만 한 업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