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글로벌 유통기업의 격전지로 변하면서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국내 유통 대기업들도 베트남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베트남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바뀌기는 했지만 유통기업들의 점포 확대 경쟁이 치열한데다 대도시를 제외하면 아직은 열악한 물류 인프라와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경직된 행정 등은 넘야할 산으로 꼽힌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베트남은 늘어나는 외국인 투자를 바탕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국민들의 소득수준과 구매력도 상승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이 25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6.8%로 아시아 국가 가운데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베트남 경제가 이렇게 성장하고 있지만 현대적 유통매장은 전체 유통시장의 25%에 그친다. 필리핀(33%), 태국(34%) 말레이시아(60%) 등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와 비교할 때 성장 가능성이 아직 크다는 분석이다.
이에따라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국내 유통 대기업들도 베트남애서 매장을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롯데마트는 2008년 국내 유통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베트남 호찌민시에 ‘남사이공점’을 열었다. 현재까지 14개 점포를 보유한 롯데마트는 올해 말까지 매출 3500억 원, 15개 점포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마트는 2015년 말 베트남 호찌민 고밥에 첫 매장을 열고 현재까지 추가 매장을 내지 않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2021년까지 4600억 원을 투자해 매장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웃나라 글로벌 유통기업들도 현지기업과 인수합병을 통해 점포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태국 유통기업인 BJC는 베트남에서 독일계 '메트로'의 19개 매장을 인수한 뒤 공동투자했던 패밀리마트와 결별하고 비스마트로 개명해 단독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본 유통그룹인 이온도 호찌민과 빈증성에 2개 복합쇼핑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하노이에 3호점을 개점했다. 또 하노이 지역의 파이브마트 지분 30%와 호치민 지역의 시티마트 지분 49%를 인수하면서 소매 매장 47개를 확보했다.
베트남 현지 유통기업들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베트남을 대표하는 대기업으로 부동산개발과 관리사업도 하는 빈그룹은 현재 500여 개의 빈마트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데 올해도 점포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이는 앞으로 베트남에서 한국 유통 대기업들이 글로벌기업들은 물론 현지 대기업과도 만만치 않은 확장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베트남이 아직까지 한국 유통기업들에게 매력적 시장임은 분명하다"면서도 "하지만 베트남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현지기업을 넘기 위해서는 현지화와 함께 차별화가 필수"라고 바라봤다.
이 때문에 현지상황에 대한 철저한 준비없이 뛰어들면 베트남 유통시장에서 기대한만큼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베트남의 유통산업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부와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의 물류 인프라는 아직 한참 미흡하다.
베트남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베트남 정부가 2009년 1월부터 외국 유통기업의 100% 현지법인 설립을 허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유통매장 설립을 위한 부지 확보를 비롯해 건설 허가 등이 아직은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꽌시처럼 베트남도 해외기업들에게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며 “현지 기업들은 지방자치단체 등과 손잡고 부동산 개발을 통해 빠르게 사업허가 등을 따낼 수 있지만 해외기업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