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저비용항공사들은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장기화되면서 일본노선을 대신해 동남아시아와 중국 노선을 키우고 있지만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현금흐름이 좋지 않은 기업부터 도태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여행 수요가 둔화된 모습을 보인데다가 7월부터 시작된 일본여행 보이콧 영향으로 저비용항공사가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문제는 3분기와 4분기에도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파악했다.
3분기는 전통적으로 항공업계 성수기로 꼽히지만 알짜노선인 일본 노선에서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고 4분기는 비수기로 전환되기 때문에 상황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도 “항공운임과 승객 수가 동반하락하고 비용은 증가하면서 저비용항공사의 현금소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저비용항공업계에서 구조조정이 본격화 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허희영 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전화통화에서 항공업계 구조조정을 기정사실화했다.
허 교수는 "항공업은 기본적으로 현금흐름이 중요한 산업"이라며 "일본제품 불매운동이나 환율, 유가 등의 대외적 불안요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항공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게 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시선은 먼저 이스타항공에 쏠린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는 16일 사내게시판에 담화문을 게재하면서 항공업황 악화에 따라 2019년 2분기 수백억 원대의 적자가 발생했다며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선언했다.
비상장사인 이스타항공은 전체 운항 노선 가운데 30% 이상을 일본 노선에 치중해 있다가 이번에 일본여행 보이콧의 유탄을 맞았다. 2018년 매출 5633억 원, 영업이익 53억 원을 거두며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하위권인 5위를 보여 재무적 측면에서 수백억 원의 적자를 감당할 기초체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저비용항공사 9곳 가운데 매출순위 6위를 차지하고 있는 에어서울도 이스타항공 못지않게 위기감이 큰 곳으로 꼽힌다.
에어서울은 2019년 2분기 영업손실 67억 원을 내며 2018년 같은 기간보다 적자규모가 확대됐다. 에어서울은 2016년 영업손실 216억 원, 2017년 영업손실 259억 원, 2018년 영업손실 16억 원을 냈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적자상태가 계속되면 누적결손금 증가로 이어져 최악의 경우 현행 항공법에 따라 항공면허가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항공업 불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는데다가 일본 노선의 대체노선인 동남아시아와 중국 노선은 수익성이 낮아 출혈경쟁으로 이어지면 결국 현금성자산이 많은 기업만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전화위복을 맞은 항공사도 있다.
진에어는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갑횡포가 문제가 돼 2018년 8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신규노선 허가 제한 △신규 항공기 등록 및 부정기편 운항허가 제한 등의 제재를 받았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현재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기초체력을 키우는 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토부 제재 때문에 보수적 영업전략을 견지했고 대형 기종인 B777을 통한 중거리 운행에 중점을 두면서 일본에 치중했던 다른 저비용항공사들에 비해 업황 악화를 견뎌낼 체력을 보유하게 됐다.
진에어는 2019년 2분기 말 기준으로 차입금은 없고 현금성 자산 3800억 원을 보유한 상황이어서 항공업계 구조조정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익상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진에어는 국토부 규제로 일본 노선 축소에 따른 출혈경쟁의 영향을 적게 받았다”며 “국토부 제재가 2020년 무렵에 완화된다면 그동안 비축해둔 체력으로 정상화에 탄력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