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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드릴십 재고부담 커져, 시추시장 부진해 매각 쉽지 않아

강용규 기자 kyk@businesspost.co.kr 2019-09-25 15:4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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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이 재고 드릴십(원유시추선) 처분에 힘을 쏟고 있지만 업황이 우호적이지 않아 매수자를 찾는 데 난항이 예상된다.

25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해보면 삼성중공업이 올해 드릴십 재고로 3천억 원 규모의 충당금을 설정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중공업 드릴십 재고부담 커져, 시추시장 부진해 매각 쉽지 않아
▲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삼성중공업에 드릴십 2척을 발주한 스위스 트랜스오션이 계약이행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전달해왔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인수시점을 연장하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트랜스오션을 설득하기 쉽지 않은 만큼 충당금 설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배세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이 새로 재고자산으로 분류될 드릴십 2척의 공정가치를 계약가격의 60%로 책정한 뒤 2억7천만 달러(3237억 원가량) 안팎의 충당금을 설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충당금이 2억8천만 달러(3357억 원가량)까지 높아질 수 있으며 2019년 3분기 또는 4분기 실적에 충당금이 반영될 것으로 바라봤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꾸준히 적자를 내 왔다. 올해도 상반기에 영업손실 896억 원을 낸 터라 이런 부담은 달갑지 않다.

삼성중공업은 이미 미국 시추회사 퍼시픽드릴링에서 수주한 드릴십 1척과 노르웨이 시드릴에서 수주한 드릴십 2척을 재고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퍼시픽드릴링 드릴십은 3년10개월, 시드릴 드릴십은 1년6개월째 재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드릴십 재고가 5척으로 늘어난 만큼 처분작업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나 글로벌 시추시장 상황이 삼성중공업에 불리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드릴십은 해양유전개발 프로젝트의 본격화에 앞서 시추를 통해 정확한 원유 매장 위치를 파악하거나 신규 해양유전을 탐색하는 데 쓰인다.

그러나 글로벌 주요 에너지회사들은 현재까지 파악된 해양유전의 개발에만 집중할 뿐 새 해양유전의 개발에는 미온적이다.

미국산 셰일오일(셰일 지층에서 생산되는 원유)나 셰일가스가 기존 중동산 원유를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원유시장에서 미국은 이미 중동국가들을 제치고 글로벌 생산량 1위에 올라 있다.

통상적으로 해양 프로젝트의 손익분기점은 국제유가 50~60달러선이지만 미국 셰일 프로젝트의 손익분기점은 30~40달러 수준이다. 가격 경쟁력의 격차가 상당한 만큼 시추시장의 호황을 전망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드릴십 가동률도 낮아지고 있다. 시추시장 조사기관 리그로직스(Riglogix)에 따르면 드릴십 가동률은 2019년 초 70%를 바라봤지만 8월 말 기준으로 50% 후반까지 떨어졌다.

물론 삼성중공업이 트랜스오션과 협의를 거쳐 인도기한을 연장하는 재계약을 맺거나 재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삼성중공업이 전자의 방식으로 가닥을 잡는다면 유지보수에 드는 비용은 부담하지 않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이 소송을 통해 미인도 드릴십의 유지비용을 발주처의 부담으로 돌린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인도 지연의 귀책사유가 트랜스오션에 있는 만큼 삼성중공업은 소송까지 가지 않고 협의 과정에서 이런 결론을 받아들 가능성도 높다.

삼성중공업이 재매각으로 가닥을 잡는다면 매각 대상 드릴십은 5척으로 늘어난다.

삼성중공업의 재고 드릴십 5척은 계약 가격이 모두 29억9천만 달러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은 선수금으로 10억2천만 달러(34.1%)만을 받아뒀을 뿐이다. 이는 19억7천만 달러의 수금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들의 재매각이 성사된다면 삼성중공업은 인도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한편 현금흐름을 대폭 개선할 수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감가상각이 작용하면서 자산가치가 줄어들 우려가 있는 만큼 삼성중공업은 매각처를 찾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트랜스오션의 드릴십 2척과 관련해서는 계약이행 포기 의사를 접수받아 현재 검토하는 단계”라며 “나머지 3척의 드릴십은 이미 논의를 진행하는 매각 대상후보들도 있는 만큼 인도 지연 문제를 빠르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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