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이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한 애플의 새 아이폰을 향한 시장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애플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LG이노텍은 2018년 하반기부터 올해초까지 이어진 아이폰의 판매 부진으로 실적에 타격을 받았는데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한 아이폰11프로와 프로맥스의 출시를 계기로 실적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 정철동 LG이노텍 사장.
18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9월 출시된 아이폰11프로와 아이폰11프로 맥스에 트리플 카메라를 처음 장착한데 이어 10월 출시될 아이패드에도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출시된 신제품을 둘러싼 소비자 반응이 2020년에 나올 5G 아이폰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 LG이노텍에 아이폰11 시리즈의 흥행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막상 아이폰11 시리즈가 출시된 후 트리플 카메라 렌즈 디자인을 놓고 소비자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어 LG이노텍은 마음을 졸이고 있다.
아이폰의 트리플 렌즈를 인덕션 렌지나 방독면으로 희화화한 인터넷 밈(인터넷에서 유행하는 글과 이미지)이 나돌기도 했다.
애플은 아이폰11 시리즈를 출시하며 기능을 강조하고 저렴한 가격을 내세웠지만 5G기능이 없고 낯선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 저항감이 판매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증권사 로젠블랫 시큐리티의 준 장(Jun Zhang) 연구원은 “아이폰 신제품이 사전예약을 받은 주말 동안 아이폰11프로맥스와 아이폰11의 선예약 수요가 2018년 아이폰XS와 아이폰XR 때와 비교해 각각 20%, 15%가 줄었다”고 파악했다.
LG이노텍은 아이폰11 시리즈의 중국 예약판매율이 작년 신제품보다 480% 늘어나는 등 초기 반응이 좋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애플이 새 아이폰을 내놓을 때마다 디자인과 관련한 비판은 늘 있었지만 대부분 성공적으로 안착했기에 소비자들의 거부반응도 조만간 희석될 것으로 본다.
애플이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 2분기 아이폰 출하량은 4천만 대를 밑돌았다. 그 결과 애플 전체 매출에서 아이폰이 차지하는 비중도 48.3%로 2012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50% 이하로 떨어졌다.
아이폰 판매 부진에 LG이노텍도 카메라모듈 부문의 매출이 감소해 2019년 1분기에 11분기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봤다. LG이노텍은 올해 1분기에 매출 1조3686억 원, 영업손실 114억 원을 냈다. 1분기 광학솔루션사업은 매출 6661억 원을 거둬 2018년 1분기와 비교해 34% 줄었다. 직전 분기인 2018년 4분기보다 60%가 감소했다.
하지만 LG이노텍은 2분기에 LG전자의 LG V50씽큐에 트리플 카메라모듈을 공급하며 다시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상황이라 아이폰11 시리즈가 어느 정도 흥행하면 큰 폭의 실적 반등을 이룰 수 있게 된다.
증권가에서도 애플이 신제품 두 종류에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한 만큼 판매가 다소 저조하더라도 LG이노텍이 매출을 크게 늘리는 데 어려움을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듀얼 카메라모듈보다 트리플 카메라모듈은 평균 판매단가가 높기 때문이다.
애플에 이어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트리플 카메라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LG이노텍의 실적 상승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주민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애플 아이폰의 트리플 카메라모듈 탑재비중이 2019년 23%에서 2020년에 54%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18년 하반기 싱글 카메라 기준 신규 아이폰의 카메라 수요는 약 1억5000만개라면 올해 하반기 신제품은 듀얼과 트리플로 업그레이드돼 카메라 수요가 2억5천만 개로 늘어날 것”이라며 “신규 아이폰 출하량이 2018년 제품보다 10% 감소한다고 해도 카메라 수요는 올해 2억2500만개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바라봤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아이폰 신제품의 판매로 매출이 늘어나기를 기대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