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의 국내 경쟁차종은 없다.”
카허 카젬 한국GM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은 수차례나 콜로라도의 상품성을 이렇게 자신했다.
쌍용자동차의 ‘렉스턴스포츠’나 ‘렉스턴스포츠 칸’ 이외에 대안이 전무했던 국내 픽업트럭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콜로라도가 충분히 좋은 선택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차를 직접 타봤다.
◆ 콜로라도, 오프로드에서 부드러운 성능 뽐내
27일 강원 횡성 웰리힐리파크에서 한국GM의 중형 픽업트럭 콜로라도 출시 기념 미디어행사가 열렸다.
카젬 사장을 비롯해 시저 톨레도 영업·서비스·마케팅부문 총괄 부사장 등이 콜로라도의 제원과 성능, 마케팅 전략 등을 소개한데 이어 콜로라도의 오프로드 주행성능을 체험해볼 수 있는 시승행사가 진행됐다.
오프로드 시승은 언덕길과 자갈밭 등을 달려보는 ‘슬로프 주행’, 범피와 도강, 진흙, 경사로 등을 운전하는 ‘험로 주행’ 등으로 구성됐다.
슬로프 주행을 하면서 제일 처음 맞닥뜨렸던 구간은 경사각이 족히 45도는 넘어 보이는 언덕길이었다.
시승날 아침 비가 살짝 내린 탓에 흙길이 젖어있었기 때문에 차가 올라가면서 혹여나 미끄러지지는 않을지 걱정부터 들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4륜-하이’ 모드로 차를 셋팅하면 앞바퀴와 뒷바퀴 모두에 동력이 고루 전달돼 미끄러짐 없이 차가 안정적으로 언덕길을 올라갔다.
특히 한국GM이 콜로라도의 특징으로 자랑한 ‘기계식 디퍼렌셜 잠금장치’ 기능이 제 역할을 충분히 하는 듯 했다.
기계식 디퍼렌셜 잠금장치는 좌우 휠의 트랙션 차이에 따라 차동 기능을 제한하는 기능과 아니라 좌우 휠의 트랙션 차이가 극도로 커질 때 차동 기어를 자동으로 잠그는 차동 잠금 기능이 함께 적용된 것으로 후륜에 기본으로 장착됐다.
기계식 디퍼렌셜 잠금장치 덕분에 미끄러운 노면에서도 차량을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다고 말한 한국GM의 설명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급한 경사로인데도 불구하고 엔진의 분당 회전수(RPM)은 2천 정도를 유지했다.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올라갈 수 있어’라는 성능을 뽐내는 듯 했다.
언덕길 다음으로 구성된 자갈밭 주행에서 콜로라도의 오프로드 성능을 더욱 잘 느껴볼 수 있었다.
언뜻 보아도 보통의 세단은 고사하고 오프로드용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도 많은 충격을 몸소 느껴야만 통과할 수 있을 법한 구간으로 길이 매우 험난했다.
하지만 콜로라도는 이 구간을 매우 가볍게 통과했다. 노면 특성상 흔들림이 전혀 없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딱하거나 통통 튀는 느낌을 최대한 제어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줄 만 했다.
이중접합 차음유리가 적용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이 구간에서도 엔진의 분당 회전수가 2천을 밑돌았던 점이 인상적이었다. 회전수를 일부러 높여보기 위해 악셀을 꾹 밟아봤지만 그럼에도 회전수는 2천 초반을 결코 벗어나지 않았다.
국내 오프로드의 대다수가 흙과 자갈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오프로드 주행용으로 콜로라도가 기존 경쟁차종의 충분한 대항마가 될 자격을 지녔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험로에서도 콜로라도의 주행성능은 만족스러웠다.
범피 구간에서 앞바퀴와 뒷바퀴가 하나씩 들려 있는 상황에서도 기계식 디퍼렌셜 잠금장치 기능이 나머지 바퀴에 최적화된 동력을 전달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왔다. 이는 약간 경사진 진흙길에서도 조금의 미끌림 없이 차가 부드럽게 전진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됐다.
같은 시승차를 탄 기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콜로라도를 ‘오프로드계의 리무진’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 외관은 ‘강인’해보이지만 내장은 ‘투박’
외관을 살펴보면 ‘리얼 아메리칸 정통 픽업트럭’의 모습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특히 타이어 부분 위쪽의 휠 펜더가 인상적이었는데 바퀴 모양의 둥근 모습이 아닌 각진 모양으로 디자인돼 한층 강인한 이미지를 연상토록 했다.
17인치의 휠을 장착했음에도 휠과 휠 펜더 사이의 공간 또한 굉장히 넉넉해 당당한 모습이 연출됐다.
스타일 패키지로 최고 트림에만 적용되는 사이드스텝은 다소 투박하긴 하지만 실용성을 높여주고 남성스러운 모습을 더욱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좋은 옵션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내장 디자인의 점수를 높게 주기는 힘들었다.
2012년에 출시된 2세대 모델을 꾸준히 발전한 모델이라고 하지만 거의 모든 부분이 플라스틱 소재로 마감됐다는 점에서 고급감을 찾기는 힘들었다.
물론 픽업트럭이라는 특성상 실용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고급스러움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한국GM 역시 콜로라도의 이런 모습들을 ‘디자인보다 실용성을 지향하는 북미 고객 맞춤형 모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경쟁차량인 쌍용차의 렉스턴스포츠 칸과 비교했을 때 콜로라도의 내장 디자인은 소재라든지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갖가지 제어 버튼들, 그리고 내비게이션의 사용자인터페이스(UI) 디자인 등에서 마치 1990년대 자동차를 연상하도록 한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실망감을 안겨줬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온갖 첨단 기능과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신차들을 꾸준히 쏟아내면서 국내 고객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을 만족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