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들이 최근 5년 사이 글로벌 건설사 해외매출 순위에서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현대건설과 GS건설이 2019년 순위를 지난해보다 올리며 선방했다.
26일 미국 건설 전문지 ENR(Engineering News-Record)이 발표하는 ‘2019년 톱250 인터내셔널 건설사 도급순위’를 분석한 결과 현대건설이 올해 15위로 2018년보다 1계단 오르며 국내 건설사들 가운데 1위를 지켰다.
▲ 박동욱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왼쪽),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사장. |
현대건설은 2018년 쿠웨이트 알주르 LNG(액화천연가스)터미널과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등 해외 대형공사 매출이 본격화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ENR 인터내셔널 도급순위는 건설사의 국제 경쟁입찰시장에서 매출을 집계한 순위로 각 건설사의 해외시장 위상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된다.
현대건설은 최근 5년 동안 꾸준히 10위권 중반 대를 유지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신규 대형현장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20년에도 좋은 순위를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만 글로벌 건설사 사이 치열한 경쟁 등으로 급격한 순위 변동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GS건설은 24위로 2018년보다 14계단이나 올랐다. GS건설 관계자는 "아랍에미리트 루와이스 정제공장(RRW) 재건사업과 이라크 ERC 정유공장 현장들이 마무리된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27위로 지난해보다 4계단 떨어지며 GS건설에 국내 건설사 2위 자리를 내줬다.
이 밖에 현대엔지니어링, 삼성엔지니어링, 대우건설, SK건설, 대림산업, 한화건설, 포스코건설, 쌍용건설, 롯데건설 등 국내 건설사 12곳이 250위권 안쪽에 이름을 올렸는데 최근 순위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까지 설계사 순위에 집계됐지만 올해부터 종합건설사 도급순위에 자료를 제출하기로 하면서 40위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순위에 든 국내 건설사는 지난해보다 1곳 늘어났다.
국내 상위권 건설사들의 해외매출 순위는 최근 5년 사이 대체로 떨어지고 있다.
삼성물산은 2015년 16위에서 2019년 27위로 20위 밖으로 밀려났고 같은 기간 대우건설은 43위에서 55위로, SK건설은 42위에서 61위로, 대림산업은 34위에서 79위로 하락했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주력시장인 중동의 발주 감소, 중국 등 후발주자들과 가격 경쟁 등이 전반적 순위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2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중국 건설사는 지난해 5곳에서 올해 6곳으로 늘어나는 등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은 ENR과 인터뷰에서 중동 시장의 어려움과 관련해 “발주처의 요구가 점점 까다로워지는 데다 건설사 사이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며 “중국, 인도 등 업체들은 저가공세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특화 분야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해외 발주처들은 시공사인 건설사에 자금 조달까지 요구하는데 그 부분을 해결하려면 정부 지원도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단순 시공에서 수익성 좋은 개발사업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기 위해서는 정부의 금융지원이 필요하다”며 “국내 민간 은행들도 지금까지 보수적 기조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 영역에 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입찰에서 가격 등 출혈 경쟁을 하는 것보다는 현지 발주처와 사전소통으로 수의계약 형태의 수주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국가별, 지역별로 특화된 전략을 짜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2019년 톱250 인터내셔널 건설사 도급순위에서 1위는 스페인 ACS로 이 회사는 7년 연속으로 선두를 지키고 있다. 독일 호흐티프가 2위, 중국 CCC(China Communications Construction)가 3위에 올랐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