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문 툴젠 대표이사가 코스닥 상장의 문을 계속해서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툴젠과 제넥신의 인수합병(M&A)을 다시 추진하거나 독자적으로 기업공개(IPO)에 재도전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일 툴젠에 따르면 김종문 대표는 툴젠과 제넥신의 합병이 무산될 것을 대비해 ‘플랜B’를 준비하고 있다.
이날 김 대표는 툴젠과 제넥신의 합병계약 해제를 알리는 주주 안내문을 통해 “제넥신과 합병절차가 무산된 결과에 매우 당혹스럽지만 그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기업공개, 인수합병 재추진 등 다양한 대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툴젠은 각종 유전자가위의 원천 특허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기술력이 있는 기업이다.
유전자가위는 특정 유전자를 자른 뒤 재구성해 유전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바이오기술이다. 에이즈, 암, 혈우병 등 근본적 치료방법이 없는 질병에 최초의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1세대 징크핑거, 2세대 탈렌, 3세대 크리스퍼로 발전해왔는데 이 기술을 모두 개발해 상업화한 곳은 세계에서 툴젠이 유일하다.
하지만 툴젠은 우수한 유전자 편집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자본조달이 힘들어 연구개발에 어려움 겪고 있다. 유전자가위를 상용화하려면 앞으로 5~10년 동안 집중적 투자가 필요한데 이를 위한 자금을 확보하려면 코스닥 상장은 필수적이다.
툴젠은 2015년부터 세 차례나 코스닥 상장에 도전했지만 모두 고배를 마셨다. 제넥신에 흡수합병되는 방식으로 코스닥 상장을 추진한 이유다.
김 대표는 우선 제넥신과 다시 합병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툴젠과 제넥신의 합병이 실패한 것은 제넥신과 툴젠의 주가가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두 회사가 부담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자 합병계약이 해제됐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주주총회에서의 특별결의사항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에 자기가 보유한 주식을 정당한 가격으로 매수해 줄 것을 청구하는 권리를 말한다.
하지만 툴젠과 제넥신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을 다시 설정한 다음 합병을 재추진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제넥신은 툴젠의 유전자가위 기술을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툴젠에게도 시가총액 1조 원이 넘는 제넥신과 합병하는 방안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제넥신 관계자는 “유전자교정 원천기술이 미래 바이오산업을 선도하는 핵심기술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는 변함이 없으며 지속적으로 툴젠과 협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넥신과 합병이 힘들다면 다른 상장 바이오기업과 합병하는 방안도 있다.
툴젠의 유전자가위 기술을 높게 평가하는 바이오기업은 많다. 특히 유전자가위 기술은 면역항암제를 개발하는 바이오기업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람의 면역세포를 활용해 만든 면역항암제는 환자에게 투여했을 때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데 툴젠의 유전자가위는 이를 없앨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다시 독자적으로 툴젠의 상장을 추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독자적으로 상장하는 방안은 세 번이나 실패했고 최근 바이오업계의 분위기가 침체된 만큼 합병을 통한 코스닥 상장이 현실적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툴젠 관계자는 “경영적 판단의 핵심기준은 기업가치 증대와 주주가치 제고”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