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코리아는 올해 상반기 판매 호조로 1만대 판매클럽에 다시 들어갈 것으로 기대했는데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국내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거세지고 있어 하반기 차량 판매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18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여파가 자동차시장에서도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5일 내놓은 ‘2019년 7월 국내 자동차산업 동향’에 따르면 7월 토요타, 렉서스, 혼다, 닛산, 인피니티 등 일본차 브랜드 5곳의 국내 판매량은 6월보다 32.2% 감소했다.
특히 혼다 판매량이 가장 가파르게 감소했다. 혼다는 7월에 모두 468대 팔렸는데 6월보다 무려 41.6% 줄어든 것이다.
혼다는 올해 들어 지난해 월별 평균 판매량인 663대를 웃도는 판매실적을 꾸준히 내왔는데 7월에 처음으로 이에 못 미치는 판매 실적을 거뒀다.
판매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혼다의 1만 대 판매클럽 재진입 목표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애초 혼다는 7월 판매량이 집계된 뒤 대응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워뒀지만 불매운동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자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잘못 움직였다가는 불매운동의 대표적 표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일본차 브랜드들은 홍보나 마케팅에서 최대한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혼다가 불매운동으로 더 큰 타격을 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토요타나 렉서스와 달리 브랜드 인지도는 물론 충성도가 높지 않은 만큼 소비자들이 외부 요인에 쉽게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7월 중고차시장에 나온 일본차 매물 수만 살펴봐도 혼다는 아직 국내 소비자로부터 확고한 브랜드 충성도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7월에 일본차 중고매물이 늘어났는데 이 가운데 혼다 매물 증가세가 가장 가파른 것으로 조사됐다. 중고차 매매 플랫폼인 SK엔카닷컴에 따르면 7월 등록된 혼다 매물 수는 6월보다 40.2% 늘어난 359대로 집계됐다.
혼다는 6월 수입차업계에 18여 년 간 몸담은 이지홍 상무를 새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올해 1만 대 판매를 넘기 위해 전열을 가다듬었다.
앞선 3월 수입차시장 양대 강자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에 이어 판매순위 3위에 이름을 올리면서 1만 대 판매클럽 재진입에도 청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이지홍 대표는 6월 열린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자동차부문 1만1000대, 모터 사이클 부문 2만5000대로 총 3만6000대를 판매할 계획”이라며 “자동차산업이 대 변혁기를 맞고 있고 국내시장에서 수입차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지만 진실한 마음으로 고객과 소통하고 안정적인 비즈니스를 통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판매 확대에 고전하면서 2008년, 2017년에 이어 세 번째 1만 대 판매클럽에 들 것이라는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1만 대 판매클럽은 수입차시장에서 연간 판매량 1만 대를 넘어섰을 때 따라붙는 별칭으로 판매량뿐 아니라 브랜드 인지도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다졌는가를 가늠하는 잣대로도 쓰이는 만큼 혼다로서는 모처럼 맞은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점이 무척 아쉬울 것으로 보인다.
혼다코리아는 2008년 어코드와 CR-V 등 주력 차종을 앞세워 수입차 업계 처음으로 1만 대 판매를 달성했다.
2017년에는 자동차를 모두 1만299대를 팔면서 1만대 클럽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는데 2018년 5월 녹 결함 발생으로 CR-V 판매를 중단하게 되면서 판매량이 1만대 아래로 떨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