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유석 제넥신 대표이사(왼쪽부터), 성영철 제넥신 회장, 김진수 서울대 겸임교수, 김종문 툴젠 대표이사. |
제넥신과 툴젠 주가가 바이오업계 악재에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두 회사의 합병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제넥신과 툴젠의 합병은 올해 국내 첫 대형 바이오기업의 합병사례로 큰 기대를 모았던 만큼 무산되면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신라젠의 항암바이러스 임상3상 실패 등의 영향으로 제넥신과 툴젠의 합병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말이 나온다.
바이오신약 개발기업 제넥신은 유전자교정 기술기업 툴젠을 흡수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툴젠은 제3세대 유전자가위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이용하면 유전자백신, 면역항암 분야에서 신약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툴젠도 제넥신에 흡수합병되면 코스닥에 우회상장하는 것과 같은 효과와 함께 자금조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제넥신과 툴젠의 합병은 각자 분야의 대표기업 사이의 첫 인수합병으로 국내 바이오시장에서 역사적 사례”라며 “이번 거래를 계기로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바이오기업의 합종연횡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7월31일 열린 두 회사의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 결의안은 통과됐다.
하지만 바이오업계의 악재로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라젠의 임상 실패가 큰 파장을 일으키며 국내 바이오업종의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제넥신과 툴젠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14일 종가기준 제넥신 주가는 4만9천 원, 툴젠은 4만7600원이다.
문제는 제넥신과 툴젠의 주가가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보다 낮다는 데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주주총회에서의 특별결의사항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에 자기가 보유한 주식을 정당한 가격으로 매수해 줄 것을 청구하는 권리를 말한다.
제넥신과 툴젠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은 각각 1주당 6만5472원, 8만695원이다. 현재 주가보다 각각 1만6472원, 3만3095원이나 높기 때문에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만일 주가가 회복되지 않아 주주들의 전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금액이 일정 규모를 넘는다면 합병은 무산된다. 기준 금액은 제넥신은 1300억 원, 툴젠은 500억 원으로 두 회사 가운데 한쪽만 기준 금액을 넘어도 합병은 이뤄지지 않는다.
툴젠은 합병 결의안에 반대하는 주주의 전체 매수대금이 500억 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합병에 반대했던 주주들이 모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합병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으로 해석된다.
툴젠은 이미 합병에 실패할 것을 대비해 독자적으로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방안 등 ‘플랜B’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넥신 주주들도 상당수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툴젠과 제넥신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간은 19일까지다.
제넥신 관계자는 “지금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간이기 때문에 어떠한 말도 할 수 없다”며 “이르면 20일에 결과를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