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경영정상화 추진과정에서 잠수함사업 비리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이번 비리사건으로 현대중공업이 천문학적 배상금을 물어야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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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
권 사장은 구조조정을 중단하는 등 경영정상화에 자신감을 보였는데 잠수함 비리의 파문이 확산돼 곤혹스런 처지에 몰리게 됐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22일 해군 장보고-Ⅱ 잠수함 인수시운전 평가결과 조작 비리와 관련해 현대중공업 서울 계동사옥 일부를 압수수색했다.
합수단은 2007년 1월~2010년 2월 현대중공업에 건조한 214급 잠수함 3척의 인수시운전 평가결과를 조작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허위공문서작성)로 구속기소된 예비역 해군 대령 임모(57·해사 37기)씨의 취업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임씨는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214급 잠수함 3척 인수시운전 평가결과를 현대중공업에 유리하도록 조작해 보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임씨는 당시 해군 전력분석시험평가단의 인수평가대장이었다.
합수단은 임씨가 전역한 지 이틀만인 2010년 3월2일 현대중공업에 취업한 점을 토대로 특혜의 배경에 ‘취업대가’가 제공됐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00년 대우조선해양을 따돌리고 1800톤급 잠수함 3척(손원일함·정지함·안중근함)을 수주했다. 이 잠수함들은 2007년부터 2009년에 걸쳐 인도돼 해상방위를 책임지게 돼 있었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3척의 잠수함은 해군이 인수하기 전 이미 93차례나 고장을 냈다. 해군이 인수한 뒤에도 연료전지는 102차례나 더 고장을 일으켰다.
잠수함의 연료전지가 문제였다. 연료전지는 잠수함이 잠항 때 바닷물에서 산소를 분리하는 핵심역할을 한다. 해군은 잠수함 고장의 원인파악과 해결을 하느라 2013년 말까지 잠수함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했다.
검찰은 현대중공업이 군 잠수함 인수평가대장이었던 임모 전 대령에게 로비를 해 해군이 부실잠수함을 인도하게 됐다고 보고 있다.
임 전 대령은 인수평가과정에서 연료전지 성능이 평가기준에 미치지 못하자 이를 통과시키기 위해 평가방법을 두 번이나 바꾸는 등 평가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렇게 평가를 통과한 잠수함 3척은 해군에 정식 인도됐다. 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다면 당시 현대중공업은 하루당 5억8435만 원의 지연배상금을 해군에 물어줘야 할 상황이었다.
임 전 대령은 2009년 12월 안중근함을 마지막으로 3척의 인도가 끝나자 2010년 3월 현대중공업에 임원급으로 채용됐다.
검찰은 임모 전 대령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부정처사후수뢰 혐의로 구속하고 나머지 관련자들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부실잠수함에 따른 해군의 피해액을 산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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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대한민국 국제관함식의 하이라이트인 해상사열에 참가한 해군의 잠수함인 '손원일함'이 물살을 가르고 있다. |
현대중공업은 수사결과에 따라 천문학적 지연배상금을 물어줘야 할 상황이다. 해군은 6년 동안 정상적으로 잠수함을 인도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은 손원일함을 납기일보다 26일 늦게 인도하자 지연배상금 90억 원을 부과받은 적이 있다. STX조선해양도 2011년 유도탄 고속함 4척의 납품을 1년 가량 지체하자 사업수주액의 50%가 넘는 540억 원의 지연배상금을 부과받았다.
이런 기준을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잠수함 3척에 적용하면 지연배상금은 1조3천억 원에 이른다. 로비가 유죄로 밝혀질 경우 해군에 배상해야 할 피해배상금액도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검찰수사중이라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