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가 두 달여 만에 내놓은 주주서한 답변에서 사실상 ‘해볼 테면 해봐라’는 답변으로 배짱을 부리면서 KB자산운용의 SM엔터테인먼트를 향한 압박강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조재민 KB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의 다음 행보를 놓고 시선이 몰리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가 주주서한 답변을 내놓은 지 닷새가 지났지만 KB자산운용은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는 KB자산운용이 공세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특히 주주서한을 보낸 지 두 달이 지나서야 내놓은 답변치고 성의가 없어도 너무 없다는 비판이 금융권에서 제기된다.
일각에서 주주서한을 거부해도 KB자산운용에서 내놓을 만한 마땅한 방안이 없어 SM엔터테인먼트 측이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KB자산운용 처지에서는 예상치 못한 답변을 받아든 만큼 다음 행보를 놓고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SM엔터테인먼트 주가가 오히려 더 하락했다는 점에서 국내 대표적 주주행동주의 투자자로서 체면도 서지 않는다.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KB자산운용이 주주서한을 보내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기 시작한 5월30일 이후 열흘 동안 25% 이상 급등했지만 그 뒤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어 현재 3만 원대도 무너졌다.
주주서한 답변을 발표한 다음 날인 1일에는 실망매물이 쏟아지며 장이 열린 지 20분 만에 10% 넘게 하락하기도 했으며 결국 8%대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다. 같은 업종 대표주인 YG엔터테인먼트 주가는 0.8%(200원) 내린 2만4800원에, JYP엔터테인먼트 주가가 3.19%(650원) 오른 2만1천 원에 거래를 끝낸 것과 대비됐다.
KB자산운용은 우선 예고한 대로 다음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감시와 견제를 강화하기 위한 새 사외이사후보를 추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정도로는 SM엔터테인먼트를 움직이기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KB자산운용이 추천하는 사외이사 한두 명이 이사회에 들어온다고 해서 경영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거나 원래 추진하려던 일을 못하게 되는 일은 거의 없다”며 “사실상 요식행위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 주가가 52주 신저가로 떨어진 만큼 지분을 추가 확보해 압박강도를 높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분 보유목적을 변경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KB자산운용은 지분 보유목적을 ‘경영참여’가 아닌 ‘단순투자’로 보고했기 때문에 주총에서 합병안이나 대표이사 해임안 등을 주주제안으로 내기는 어렵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임원의 선임이나 해임, 이사회 정관 변경, 배당 결정, 회사의 합병과 분할 등의 사항에 영향력을 주는 건 경영참가 목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경영참여 목적으로 지분 보유 목적을 바꾸면 자산운용사로서 부담이 크다. 앞으로 다른 기업에 투자할 때도 경영권을 노린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어 자산운용사로선 선택하기 쉽지 않은 길이다.
▲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
KB자산운용이 법적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
이에 앞서 KB자산운용은 골프존을 상대로 집요한 공방을 벌여 승리한 적이 있다.
KB자산운용은 골프존을 상대로 여러 차례 주주서한을 보냈는데 원하는 답변을 받지 못했다.
그러자 그 뒤 골프존에 주총 결의를 취소하라는 소송을 내 승소하고 1년 여에 걸쳐 골프존에 지주사에 지급하는 브랜드 로열티를 낮출 것을 요구해 결국 원하는 답변을 얻어냈다.
당시 자산운용사가 투자기업을 대상으로 소송을 낸다는 점에서 부담이 적지 않았지만 내부 검토 끝에 소송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전해진다.
KB자산운용이 다른 기관투자자들과 손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SM엔터테인먼트의 주주 구성은 이수만 회장 외 7인이 19.23%, 국민연금공단이 10.01%, KB자산운용이 7.59%,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5.13%를 보유 중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도 각각 5.01%, 5.0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들 주요 운용사 지분 합계는 최대주주 이수만 회장의 지분율을 훌쩍 뛰어넘는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