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금융 서비스 진출을 꾀하고 있다. 아일랜드 당국의 허가를 받아 온라인 송금과 지불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일은 페이스북이 디지털 광고 중심의 수입원 창출을 다변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12억 명의 가입자가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사업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
|
|
|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
페이스북이 아일랜드 정부에게 금융서비스업 허가를 받을 예정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허가가 확정되면 페이스북은 자체적으로 적립한 전자화폐를 송금 또는 지불 용도로 사용하는 서비스를 유럽 전역에 제공하게 된다.
유럽연합(EU)과 유렵경제지역(EEA)은 ‘패스포팅’ 법이 적용돼 회원국 중 한 나라가 금융서비스업 허가를 내주면 다른 곳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에 따라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에서 허가를 받은 즉시 유럽 전역에서 금융서비스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페이스북이 이미 온라인과 스마트폰으로 국제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지모·트랜스퍼와이즈·머니테크놀로지 등 영국 금융 업체 3곳과 협력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더불어 1천만 달러에 아지모 공동 창업자를 페이스북 사업개발 부장으로 영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페이스북은 이런 보도 내용과 관련해 “소문과 추측에 대해 논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의 금융서비스업 진출은 수익원을 다변화하기 위한 시도로 분석된다. 지금까지 페이스북은 주로 디지털 광고를 통해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가입자 수를 좀 더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금융 서비스에 눈을 돌렸다는 설명이다.
페이스북은 이미 미국에서 제한적인 전자금융 서비스를 시작했다. 게임 애플리케이션(앱) 내부에서 아이템을 사는 등 ‘인앱’ 구매를 할 때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30%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지난해에만 관련 거래총액이 21억 달러에 이르렀다. 수수료로 페이스북이 거둔 수입도 지난해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한다.
금융서비스는 신흥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큰 이익을 볼 수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유럽 등 선진국에서 일하며 모국에 계속 돈을 송금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이를 통해 두드러진 ‘금융포용’의 창구를 노리고 있다. 금융포용은 저소득층 등 사회 취약계층까지 아우른 모든 사람이 금융 서비스를 쉽게 활용하도록 만드는 시스템을 가리킨다.
전 세계 가입자가 12억 명이 넘는 페이스북은 이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다. 인도의 페이스북 가입자가 최근 1억 명을 돌파하는 등 점차 신흥 개도국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도 호재로 작용한다. 한 관계자는 “페이스북은 신흥 개도국에서 만능 유틸리티가 되기를 원한다”며 “(이주자들의) 송금은 페이스북이 금융시장을 장악하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페이스북 외에도 이미 많은 인터넷 업체들이 금융 서비스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구글은 2011년 전자 결제 시스템 ‘구글 월렛’을 출시한 이래 계속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애플도 약 4억 개의 카드 정보가 연계된 아이튠스 계정을 기반으로 금융 서비스 시장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다. 같은해 11월 오프라인 매장에서 액세서리 제품을 살 때 아이튠스 계정으로 결제할 수 있는 이지페이 서비스를 개시했다. 또 2008년부터 여러 건의 근거리무선통신(NFC) 특허를 출원하는 등 관련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 중국 인터넷 업체인 알리바바와 텐센트도 금융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알리바바는 자사 서비스 ‘즈푸바오’를 이용해 전국 5천 개의 편의점을 대상으로 전자결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해 6월 자회사 ‘알리페이’를 통해 시작한 모바일 펀드는 지난 1월 기준으로 자산 규모 2500억 위안(약 41조8250억 원)에 가입자 8100만 명을 기록한 상태다. 텐센트도 이달 들어 호텔 및 요리 가맹점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전용 앱 ‘웨이신’을 통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만 페이스북을 비롯한 인터넷 기업의 금융 서비스가 개인정보 불법 수집과 유출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강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웹사이트 광고를 늘리면서 개인 데이터를 모으고 유출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커진 상황”이라며 “페이스북이 금전 문제를 잘 관리할 것이라는 신뢰를 얻을지 불확실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