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가 거세지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에도 판매량 증가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자동차를 살 때 가격, 성능, 브랜드 등을 꼼꼼하게 따지는 만큼 일본을 향한 정치적 반감만으로 판매량이 크게 줄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일본 수입차회사들이 뭇매를 맞을까 홍보나 마케팅에 몸을 사리고 있어 오히려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28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된 뒤로 견적을 내러 전시장을 방문하는 고객 수가 줄었다.
자동차 견적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겟차’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 견적 문의도 크게 줄었다. 7월1일부터 17일까지 견적문의건수는 한 달 전보다 41% 감소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여파가 의류나 화장품, 문구 등 소모품에서 자동차로까지 번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견적 문의가 곧바로 차량 구입으로 이어지는 게 아닌 만큼 판매량에 타격을 입었다고 단정할 순 없다.
이 때문에 일본 수입차회사들은 7월 판매량이 집계될 때까지는 잠자코 지켜본 뒤에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한껏 고조돼 일본차 구입을 원하는 고객으로서도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자동차는 수천만 원을 줘야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인 만큼 개인의 필요나 성능 등이 구매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구나 애초 일본차 판매량이 늘어난 게 하이브리드차 등 제품 자체의 인기 덕이 컸던 데다 이를 대체할 만한 선택지가 아직 많지 않다는 점도 일본차가 판매량에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보탠다.
한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전시장을 향하던 고객들의 발걸음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제품 자체에 관심을 보이는 고객들이 많기 때문에 7월 판매량이 집계될 때까지는 모두들 잠자코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일본 수입차회사들이 불매운동에 맞선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홍보나 마케팅을 자제하고 있어 오히려 이 부분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예능과 드라마를 활용한 마케팅이나 시승행사 등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톡톡한 홍보효과를 누렸던 만큼 홍보활동을 자제하는 데 따른 타격을 크게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렉서스코리아나 혼다코리아는 하반기 내놓을 신차가 없는 만큼 기존 모델 판매 확대를 위해 홍보에 집중할 계획이었지만 미루기로 했다.
닛산코리아는 16일 신형 알티마를 출시했지만 부정적 시선이 몰릴까 출시행사를 취소했다.
국내 완성차기업이나 다른 수입차 브랜드들이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일본 수입차의 입지가 좁아질 수도 있다.
볼펜이나 의류 등과 달리 자동차는 쉽사리 대체재를 구입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리는 게 쉽진 않지만 다른 자동차회사들이 홍보나 마케팅으로 충분히 소비자들을 설득해 마음을 돌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본차는 그동안 하이브리드차 라인업을 앞세워 한국에서 판매량을 늘려 왔다.
친환경차 선호가 높아지는 가운데 하이브리드차는 전기차처럼 별도의 충전이 필요하지 않아 전기차 충전시설이 부족한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2018년 국내에서 팔린 친환경차는 모두 12만3387대인데 이 가운데 75.4%가 하이브리드차일 정도다.
이 때문에 같은 일본차라 할지라도 차량 라인업을 어떻게 꾸리냐에 따라 판매량이 뒤바뀌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토요타코리아가 렉서스코리아보다 자동차를 더 많이 팔았지만 올해에는 렉서스코리아가 하이브리드차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판매량 순위가 역전됐다.
올해 상반기에 일본차는 지난해보다 10.3% 늘어난 2만3482대 판매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