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시스템이 하도급법 위반으로 받은 공정거래위원회 제재의 효력을 유예할 수 있을까?
한화시스템은 공정위 제재가 효력을 발휘하면 하반기 상장에 차질이 예상되는 만큼 제재 유예가 절실하다.
▲ 김경한 한화시스템 ICT부문 대표이사(왼쪽)와 장시권 한화시스템 시스템부문 대표이사. |
26일 한화그룹과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한화시스템은 하도급법 위반에 따른 벌점 누적으로 최근 공정위로부터 영업정지와 공공입찰 참가제한 제재를 받은 것과 관련해 법적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공정위 결정을 존중하지만 다툼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 반영되지 않은 점이 있다”며 “이와 관련해 앞으로 법적 절차를 통해 입장을 밝혀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벌점 부과의 절차적 정당성, 기업 분할합병과 관련한 벌점 승계의 정당성 등이 법적 다툼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시스템은 하도급법 위반과 관련한 벌점이 10점을 넘겨 이번 제재가 결정됐다.
한화시스템은 벌점 부과가 행정처분이기 때문에 벌점을 매길 때마다 공정위의 통보가 이뤄졌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공정위는 벌점 부과 자체는 행정처분이 아니기 때문에 벌점 누적에 따라 실제 제재가 결정될 때 알려주면 된다고 보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2018년 8월 합병한 한화S&C가 2017년 10월 이전 받은 벌점이 쌓여 이번 제재를 받았다.
한화S&C는 2017년 10월 기존 한화S&C가 에이치솔루션과 분할하기 전 벌점을 모두 승계했는데 기업 분할 과정에서 벌점을 한화S&C가 모두 승계한 것이 정당한지도 법적 쟁점이 될 수 있다.
한화시스템은 행정소송을 통해 제재의 정당성을 따지는 것만큼이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통해 제재의 효력을 유예하는 데도 힘쓸 것으로 보인다.
한화시스템은 현재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공정위 제재의 유예 여부가 중요하다.
한화시스템은 한화그룹이 2010년 이후 거의 10년 만에 상장하는 계열사다. 시장에서는 한화시스템 상장에서 걷어들이는 자금 가운데 일부가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자금으로도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시스템 상장의 중요도를 볼 때 공정위 제재에 효력이 생기면 한화시스템은 상장시기 변경을 검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화시스템은 GS건설과 대우조선해양의 사례를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GS건설과 대우조선해양은 4월 한화시스템과 마찬가지로 하도급법 위반에 따른 벌점 누적으로 공공입찰 참가자격 제한 제재를 받았으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통해 제재의 효력을 뒤로 미룬 경험이 있다.
법원은 당시 GS건설과 대우조선해양이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각각 받아들이면서 행정소송 결과가 나온 뒤 제재 여부를 다시 판단하도록 했다.
시장에서는 GS건설과 대우조선해양의 행정소송 확정판결이 3~4년 뒤에야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시스템이 행정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통해 GS건설,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결과를 낸다면 상장에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질지 장담할 수 없는 만큼 한화시스템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GS건설과 대우조선해양은 하도급법 위반 누적점수가 5점을 넘겨 제재 대상에 올랐으나 한화시스템은 누적점수가 10점을 넘겼다.
공정위는 벌점이 5점을 넘기면 관계기관에 공공입찰 참가자격 제한 제재를 요청하고 10점이 넘으면 영업정지를 요청하는데 하도급법이 만들어진 뒤 벌점 10점이 넘어 영업정지 제재가 결정된 것은 한화시스템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한화시스템은 GS건설, 대우조선해양과 달리 입찰제한 요청 무효소송에 더해 영업정지 요청 무효소송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
입찰제한과 영업정지 요청 제재를 대상으로 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함께 받아들여져야 하는 만큼 GS건설과 대우조선해양보다 부담이 더 클 수 있는 셈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을 진행하는 부분은 각 업체의 고유 권한”이라며 “앞으로 진행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한화시스템은 2018년 8월 방산사업을 하는 옛 한화시스템(한화탈레스)과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시스템통합(SI) 등을 담당하던 한화S&C의 합병으로 새로 출범했다.
현재 정보통신기술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ICT부문과 방산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시스템부문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