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코오롱PI는 최근까지 견조한 실적을 내왔는데 매각 검토의 배경을 두고 SKC가 최근 인수한 전기차 배터리 소재회사의 대금 지급을 위해 자금 확보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이완재 SKC대표이사 사장.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12일 “SKC코오롱PI 지분 매각에 대해 현재 검토 중이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회사는 최근 국내외 사모펀드사로부터 인수의향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C는 최근 인수한 동막제조업체 KCFT의 대금 지급을 위해 1조2천억 원을 확보해야 한다. 동막은 2차전지 음극재에 사용되는 핵심소재이다.
SKC의 2019년 1분기 보고서를 보면 유동자산 중 당장 현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292억7332만 원에 불과해 1조 원 가량을 더 확보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화학사업부 일부 사업을 매각액 7천억 원과 SKC코오롱PI를 매각한 3천억 원 등을 추가해 KCFT 인수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C는 앞서 화학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쿠웨이트 석유회사인 PIC에 지분 49%를 약 7천억 원 규모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현재 SKC코오롱PI의 지분 27.03%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매각이 이뤄지면 두 회사가 각각 최소 35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C코오롱PI의 현재 시가총액이 8500억 원 수준으로 현재 주가 대비 약 51.5% 수준의 주가 프리미엄이 부여돼 주당 4만4천원 수준으로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여러 사모펀드들이 경쟁적으로 입찰에 응하면 매각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SKC는 화학사업부 매각과 관련해서는 “다수의 방안을 글로벌 파트너의 협의 중”이라며 “KCFT 인수자금은 내부적으로 조달할 다른 방안이 있다”고 가능성을 부인했다.
SKC는 지난 6월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필름사업부를 매각할 것이라는 보도와 관련해 "사실이 아니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08년 6월 폴리이미드필름 연구개발과 생산, 판매를 목적으로 50대 50으로 지분을 출자해 SKC코오롱PI를 설립했다. SKC코오롱PI는 매출의 99.9%가 폴리이미드필름이며 2014년부터 글로벌 폴리이미드필름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폴리이미드필름은 스마트폰의 연성회로기판이나 디스플레이 부품, 전기차 배터리나 반도체용 절연테이프로 쓰여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SKC코오롱PI는 2019년 1분기에 매출 402억1159만 원, 영업이익 31억5342만 원을 냈다. 지난해 2020년 양산을 목표로 전기차 배터리나 반도체 코팅용으로 쓰이는 폴리이미드 바니쉬를 생산하는 신규설비 증설에 120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성장 잠재력이 큰 회사의 매각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SKC가 전기차 배터리사업과 반도체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사업구조 개편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SK그룹 차원에서 전기차 배터리와 반도체를 성장동력으로 꼽고 투자하고 있는 만큼 SKC가 필름부문과 화학사업 부문을 정리하고 반도체 소재와 전기차 배터리 소재 생산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SKC는 올해 하반기 상업가동을 목적으로 투명폴리이미드필름 생산시설에 투자하고 있지만 SK그룹 차원에서는 SK아아이테크놀로지의 투명폴리이미드필름 사업과 겹친다. 때문에 이 부분마저 정리하고 배터리 소재사업과 반도체 소재사업에 집중해도 SK그룹 차원에서는 큰 타격이 없다.
SKC코오롱PI 매각과 관련해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공시에 밝힌 내용 대로라며 말을 아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재무적투자자를 통한 매각이 될지 전략적투자자에게 매각이 될지, 혹은 한 쪽에서 다른 쪽 지분을 흡수하게 될지 확정된 사안은 아무것도 없다”며 “SKC코오롱PI가 안정적 수익을 내고 미래 성장가능성도 있는 만큼 가능성은 열어놓고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투명폴리이미드필름의 제조기술과 생산라인을 각각 갖춘 경쟁사이지만 폴리이미드필름의 생산라인과 제조기술은 SKC코오롱PI가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