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든든한 가장 노릇을 하는 경차 ‘스파크’ 판매를 방어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기아자동차가 경쟁차인 모닝에 파격 할부 조건을 내건 데다 현대자동차의 경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베뉴’ 출시로 경차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커 한국GM은 마음이 조급할 수밖에 없다.
한국GM은 9일 월 10만원씩 내면 120개월 할부로 스파크를 살 수 있는 파격적 조건을 내걸었다.
기아차가 모닝의 100개월 할부판매 상품을 내놓자 곧바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기아차는 4일부터 ‘제로백’ 프로그램을 마련해 월 11만~13만 원으로 차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소비자 부담을 줄였다.
한국GM이 기아차의 판매전략이 시작된 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아 대응에 나선 것은 경차 시장이 가진 특성 때문이다.
경차 규격이 법으로 정해져 디자인과 몸집이 비슷한 만큼 한국GM의 스파크와 기아차의 모닝 어느 한쪽의 전략은 다른 쪽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가격도 각각 기본 트림을 기준으로 965만 원과 979만 원으로 얼마 차이나지 않아 판매조건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스파크는 한국GM의 전체 판매량의 절반을 책임지는 '가장'이다. 한국GM이 경쟁사의 움직임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GM은 올해 상반기에 국내에서 자동차를 모두 3만5598대 팔았는데 이 가운데 44.3%가 스파크 판매량이다.
물론 한국GM은 하반기에 출시 되는 픽업트럭 ‘콜로라도’와 대형 SUV ‘트래버스’라는 카드를 손에 쥐고 있지만 당장 두 차량의 판매량을 가늠할 수 없는 데다 내수 판매 회복에 고전하고 있는 만큼 안정적으로 판매량을 내는 스파크 판매를 방어하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경차 자체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는 만큼 한국GM으로서는 판매전략을 강화하는 것 말고는 뚜렷한 방안이 마땅치 않다.
소형 SUV시장에 다양한 차량이 출시되며 경차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커 한국GM의 스파크 판매 방어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특히 현대차가 경형 SUV ‘베뉴’를 내놓는 데 따라 경차와 소형 SUV 사이 경계조차 모호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출시되는 베뉴 가격은 1400만 원대로 기존 소형 SUV에서 가장 저렴한 티볼리보다도 200만 원가량 낮은데 이러면 경차인 모닝이나 스파크와 가격 차이는 600만 원에서 400만 원 정도로 줄어든다.
경차는 낮은 가격과 작은 몸집을 장점으로 내세워 첫차 구매 수요를 대부분 흡수하며 승승장구해왔는데 소형 SUV가 등장한 뒤로는 사실상 ‘엔트리카’ 지위를 빼앗겼다.
엔트리카는 자동차 구매 고객들이 생애 처음으로 구입하는 차량을 말하는데 대개 20~30대 소비자들이 첫차로 많이 구매하는 차급의 차종이 각 자동차기업의 엔트리카로 꼽힌다.
예전에는 경차 모델들을 엔트리카로 여겼던 반면 최근에는 티볼리 같은 소형 SUV가 엔트리카로 꼽힌다. 현대차는 베뉴를 내놓으며 엔트리카임을 대놓고 강조하고 있다.
경차 판매량은 2012년 20만2844대로 역대 최대 기록을 낸 뒤로 줄곧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경차 판매량은 모두 5만975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줄었다.
한국GM의 스파크는 2018년 6월 이후 7개월 연속으로 3천 대 이상 판매량을 올렸는데 올해 들어서는 단 한 번밖에 3천대를 넘지 못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