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이 이끄는 외식업체들이 '나홀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규제와 불황으로 CJ푸드빌, 롯데리아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외식업체들은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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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 |
13일 금융감독원의 발표에 따르면 빕스, 차이나팩토리, 비비고 등을 운영하는 CJ푸드빌은 지난해 단 1개의 매장밖에 늘리지 못했다. 지난해 씨푸드 오션 매장을 모두 폐점한데 이어 지난달에 피셔스 마켓도 모두 문을 닫았다. 비비고 1호점인 광화문점도 폐점할 예정이다. 2012년 영업이익 63억 원을 기록했던 CJ푸드빌은 지난해에 124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리아가 운영하는 TGI프라이데이스 역시 2012년 영업이익 15억 원에서 지난해 49억 원 적자로 전환했다.
반면 지난해 이랜드의 외식사업부문 매출은 4361억 원으로 전년대비 26.2%나 늘었다. 특히 2003년 1호점을 개장한 애슐리는 10년 동안 매장 140개를 돌파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외식업체들이 부진에 시달리는 이유는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불황과 지난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규제가 겹쳤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동반성장위원회가 음식점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한 뒤 대기업의 확장자제를 권고해 각 업체의 성장전략이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동반위는 지난해 5월 발표한 음식점업의 출점제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CJ푸드빌을 비롯해 롯데리아 등의 대기업들은 연면적 2만㎡ 이상인 복합다중시설과 역세권 반경 100m 이내에만 신규출점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랜드는 ‘본사 및 계열사가 소유하고 있는 건물에 연면적에 관계없이 출점할 수 있다’는 조항을 활용해 이 규제에서 벗어났다. NC백화점, 뉴코아백화점 등 이랜드유통이 운영하는 백화점 건물을 중심으로 출점을 이어갔다. 특히 경쟁업체보다 매장규모가 작아 출점이 더 쉽게 이뤄질 수 있었다.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불황 역시 외식 수요 감소에 한몫했다. 장기간 불황에 알뜰 소비를 지향하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가장 먼저 외식 소비를 줄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1인가구가 늘면서 외식을 하지 않고 집에서 홀로 끼니를 해결하거나 간편한 패스트푸드점을 찾는 사람이 늘어났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외식업체의 경우 객단가(고객 1인당 평균매입액)가 1만 원 이상으로 높은 곳이 많아 불황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이랜드는 불황에 맞춘 전략을 내놓았다. 애슐리는 점심에 1인당 1만2900원이라는 파격적 가격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12년 하반기부터는 일부 매장에서 시험 운영하던 '오전 10시30분 오픈' 제도를 최근 전 매장으로 확대했다. 다른 패밀리레스토랑보다 개점시간을 1시간 앞당겨 이른 런치메뉴를 즐기는 직장인을 끌어안을 수 있었다.
다른 매장과 차별화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 개장한 홍익대점은 홍익대라는 특색에 맞춰 '로큰롤 콘셉트 특화매장'을 열었다. 이 매장에서 미국 유명 가수들의 소장품을 만나 볼 수 있어 식사와 문화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다.
매출증가에 해외매장도 기여했다. 이랜드는 2012년 말 중국 상하이에 애슐리 1, 2호점을 동시에 개장했다. 패션사업을 통해 쌓은 인지도와 영업망을 바탕으로 상하이 최고 상권인 최고급 백화점에 입점할 수 있었다. 국내 단일 외식 브랜드로 현지 최대규모이다. 메뉴도 현지화해 중국인의 입맛에 맞춘 50개의 메뉴를 개발했다.
커피전문점 카페루고도 중국 현지에서 순항중이다. 최근 3호점까지 개장했으며 약 2억 원 이상의 월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박성수 회장은 2016년까지 중국에 애슐리 매장 200개, 카페루고 매장 1천 개를 오픈해 연 매출 3조원을 달성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신규출점이 제한적인 애슐리 대신 이탈리안 레스토랑 리미니의 매장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