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정배 대한석탄공사 사장(가운데)이 1월16일 석탄공사 장성광업소를 방문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석탄공사> |
대한석탄공사가 불명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 중 가장 경영실적이 저조하다는 평가를 3년째 받았다.
석탄공사는 3년째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기에 낮은 평가는 불가피하다. 석탄공사 문을 닫자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향후 남북 경제협력사업에서 역할이 예상되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손을 대기 어려워 보인다.
2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석탄공사는 공공기관 기능조정에 따라 구조조정을 시작한 2016년부터 3년 연속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등급인 ‘아주미흡(E)’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같은 기간 경영평가 대상인 공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원래대로라면 석탄공사는 기관장 해임건의 대상이다. 유정배 사장이 지난해 9월 취임해 해임건의를 피할 수 있었다.
석탄공사의 상황을 정부도 알고 있기 때문에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석탄이 사양산업으로 접어들면서 석탄공사는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15년째 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2018년 말 기준 부채규모만 1조8200억 원이다.
최근 5년 매출은 44.5%가 줄어들었고 같은 기간 누적 영업적자는 3784억 원에 이르는 등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번 경영평가가 실적보다 사회적 가치에 초점을 맞추면서 석탄공사도 이전과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한 줄기 기대가 나왔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정부가 중요하게 본 일자리 창출 부분에서 석탄공사는 전혀 내세울 것이 없었다.
정부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석탄공사는 2016년부터 매년 100명 이상 인원을 줄이고 있다. 당연히 2016년 이후 신입사원 채용도 진행하지 않았다.
공기업들마다 앞다퉈 나서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역시 2018년 단 한 명의 전환실적조차 없었다. 기존 정규직도 감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안전 문제도 대두됐다. 2016년 이후 2019년 1분기까지 40건의 안전사고로 사망 7명, 부상 33명의 피해가 발생했다.
석탄공사는 1988년 탄광숫자는 347곳, 근로자수는 6만2259명에 이르는 대형 공기업이었다. 현재 근로자수가 가장 많은 철도공사(3만2천 명)와 한국전력(2만3천 명)을 합해도 당시 석탄공사의 규모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1989년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 이후 석탄공사는 내리막을 걸었다. 2019년 현재 탄광은 3곳만 남았고 근로자도 1천 명에 불과한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1989년 522만 톤의 생산량은 2018년 65만 톤으로 줄었다.
석탄공사는 올해도 생산량을 65만 톤에서 54만 톤으로 11만 톤 감축하고 인력을 168명 줄이기로 했다. 조만간 인력이 세 자릿수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석탄공사를 방치하지 말고 조기폐업하자는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나온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8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기후변화 대응이 시급한 시점에 석탄산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석탄공사 조기폐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가 석탄공사 폐업을 결단하기도 쉽지가 않다. 아직 남아있는 석탄공사의 역할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북한과 경제협력사업이 그것이다.
북한의 석탄 매장량은 147억 톤으로 추정되며 수출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그러나 장비와 인프라 부족으로 생산효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화되면 석탄공사의 기술과 노하우로 북한 탄광을 현대화하고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석탄공사는 2018년 12월 강원대학교와 민생에너지 분야 남북교류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같은 달 신규 석탄광산 개발 및 설계 매뉴얼을 펴내며 남북 경제협력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정배 석탄공사 사장은 “70여 년간 축적된 석탄광산 개발과 운영기술 사장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남북 경협이 활발하게 되면 북한지역의 풍부한 지하자원 개발의 선두주자 역할은 우리 공사가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