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설영흥(69) 중국사업총괄 부회장이 물러났다. 지난 2월 최한영 상용차담당 부회장이 물러난 데 이어 올해 들어 벌써 부회장 2명이 퇴진했다. 현대차는 후진을 위한 용퇴라고 설명하지만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원로들을 퇴진시키는 사전 정비작업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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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영흥 현대차 중국사업 총괄 부회장 |
현대자동차그룹은 11일 설 부회장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후임으로 최성기(64) 부사장을 승진시켜 중국사업총괄 담당 사장에 임명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설 부회장이 후진을 위해 용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사표를 수리했다"고 말했다.
설 부회장은 현대차가 글로벌 5위로 오르는데 크게 기여를 많이 한 인물로 꼽힌다. 2002년 중국베이징과 합작사를 만들며 처음 중국시장을 진출하는 역할도 설 부회장이 도맡았다.
설 부회장은 화교 출신으로 ‘꽌시(관계)’가 중요한 중국시장에서 크게 활약했다. 중국진출과 중국공장 설립 과정에서 주룽지 중국 총리를 만나 직접 설득하기도 했다. 중국 진출 7년 만인 2009년 현대차는 중국 4대 자동차 메이커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덕분에 ‘쎈다이 스피드’(현대속도)라는 신조어가 나오기도 했다. 중국 내 차량 생산을 시작한 2002년 이후 11년 만인 지난해 연간 100만대 생산을 달성했다. 폴크스바겐의 경우 중국 내 합작법인을 설립한 지 20년이 돼서야 연간 100만대 생산체계를 갖췄다.
설 부회장은 1945년생으로 부모가 중국 산동성 출신이다. 대만 성공대학 회계과를 졸업 후 개인사업을 했다. 1994년 중국진출을 모색중이던 정몽구 회장과 연이 닿아 현대정공(현대모비스의 전신) 고문으로 영입되었다. 2004년 현대차 부회장 직급에 오른 이후 최근까지 중국사업을 총괄해왔다.
설 부회장의 퇴진은 정의선 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2월 최한영 부회장을 물러나게 했다. 최 전 부회장은 2000년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과 정몽구 회장 간에 벌어진 ‘왕자의 난 때 전면에 나서 정 회장을 보좌한 가신 중 한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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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기 중국사업 총괄 담당 신임 사장 |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의선 부회장의 승계가 다가오면서 정 회장이 스스로 구축한 인맥들을 정리해 정 부회장이 편하게 현대차그룹을 장악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설 부회장의 사퇴를 두고 현대차 중국 제4공장 건립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은 점이 배경이 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설 부회장의 뒤를 잇는 최 신임 사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현대차에 입사한 뒤 중국 내 현대기아차 생산법인인 베이징현대 기획본부장과 둥펑위에다기아 총경리 등을 거쳐 지난해부터 베이징현대 총경리(부사장)로 재임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