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모바일 헬스케어’를 지목했다. 삼성전자가 신수종사업으로 지목했던 의료분야를 모바일 기술과 결합해 신성장동력으로 만들고자 하는 뜻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강점인 IT기술에 건강을 접목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판단이다.
|
|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 부회장은 중국 보아오포럼에서 9일 오후 열린 ‘아시아 경제전망 2014’ 세션에서 “스마트폰은 서비스업을 비롯한 많은 산업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삼성도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응용 기술과 새로운 성능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많은 국가들이 고령화 문제에 직면해 있고 의료비 지출도 급격히 늘고 있다”며 “이는 국가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의료비용을 낮출 수 있는 솔루션을 찾아낼 수 있다면 엄청난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온라인 진료나 모바일 기기를 통한 자가진단 등 새로운 해결 방안을 찾는다면 의료비용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며 “모바일 기술을 기반으로 병원과 의사, 그리고 환자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포스트 스마트폰’ 사업으로 삼성전자의 강점인 IT 기술을 의료와 건강사업에 접목해 모바일 헬스케어사업을 추진하고 있음을 밝힌 것이다.
삼성은 이를 위해 특허 출원 등 독자적 기술개발을 강화하는 한편 의료기기 업체인 지멘스와 특허공유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멘스는 의료기기 전분야에 걸쳐 GE에 버금가는 수준의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회사다.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헬스케어 사업에 지멘스 원천특허가 더해지면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갈수록 심화되는 특허권 위협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원격진료가 열리는 점도 삼성의 모바일 헬스케어에 사업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원격진료 도입을 추진하다 의료계와 마찰을 빚어 의사파업 사태까지 낳았으나 최근 보건복지부와 의료업계가 원격진료에 대해 시범서비스를 하기로 결정해 국내에서도 원격진료사업의 물꼬가 트였다.
특히 삼성전자는 GE의 성과에 크게 자극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합작관계가 해소된 뒤 GE의 헬스케어사업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이 분야에서만 18조8천억 원에 달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동안 삼성은 의료사업 분야에 2020년까지 1조2천억 원을 투자해 연 매출 10조 원 규모로 키운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조수인 삼성메디슨 대표이사는 지난달 열린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에서 “삼성은 앞으로도 의료기기 제품과 IT·모바일 기술의 융합을 통해 혁신적 의료기기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출시한 기어핏과 갤럭시S5가 사실상 모바일 헬스케어 시제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기어핏과 갤럭시S5에 심박수 측정 기능, 운동량 관리 등 헬스케어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모바일 헬스케어시장에 대해 지난해 11월 “현재 50억 달러 수준인 모바일 헬스 시장이 2020년에 2천억 달러로 커질 것”이라며 “10년 안에 이 분야에서 선두주자가 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