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영 기자 junyoung@businesspost.co.kr2019-05-31 16:3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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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부동산신탁과 하나자산신탁이 관리형 토지신탁에서 예전만큼 수익을 올리기가 쉽지 않아질 것으로 보인다.
새 부동산신탁회사 3곳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할 채비를 갖춰 수수료 인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 김청겸 KB부동산신탁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이창희 하나자산신탁 대표이사 사장.
31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새 부동산신탁회사의 이름을 디에스에이티컴퍼니로 확정하고 6월 초 금융위원회에 본인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이 부동산신탁법인은 이미 금융위로부터 자본금 1천억 원 규모의 출자도 승인받았다. 대신증권이 100% 출자하며 주식 수는 2천만 주다.
신영증권의 새 부동산신탁법인도 자본금 300억 원 규모의 출자를 금융위로부터 승인받았고 8월 안에 본인가를 신청하기로 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출자할 부동산신탁회사 역시 현재 금융위에 출자 승인을 신청해두고 심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3곳의 부동산신탁회사는 이르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하반기부터 부동산신탁업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KB부동산신탁이나 하나자산신탁 등 관리형 토지신탁의 수익비중이 큰 회사들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 규정에 따르면 새 부동산신탁회사는 2년 동안 사업 위험성이 높은 차입형 토지신탁에 진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당분간 관리형 토지신탁에서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신탁회사의 주요 수입원은 크게 관리형 토지신탁과 차입형 토지신탁으로 나뉜다. 관리형 토지신탁은 신탁회사가 아닌 위탁자나 시공사가 사업비를 제공하는 반면 차입형 토지신탁은 부동산신탁회사가 공사비 등의 사업비를 직접 조달하는 방식으로 신탁회사의 책임이 커진다.
관리형 토지신탁은 일반적으로 부동산신탁회사가 차별화된 사업을 펼치기 어려워 신규 부동산신탁회사들이 관리형 토지신탁에 진출하게 되면 수수료 인하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관리형 토지신탁의 수수료는 1%대로 3~4%대의 수수료를 내는 차입형 토지신탁과 비교해 수수료가 크게 낮다. 수수료 인하 경쟁이 벌어지면 관리형 토지신탁에 집중했던 부동산신탁회사들은 당분간 수익 감소를 피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B부동산신탁과 하나자산신탁은 관리형 토지신탁 중에서도 책임준공형사업에서 주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이 부문에서도 경쟁이 과열될 가능성이 높다.
책임준공형사업은 시공사가 채무불이행 등으로 준공의 의무를 마무리짓지 못했을 때 부동산신탁회사가 대신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일반 관리형 토지신탁보다는 사업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하지만 신규 부동산신탁회사들은 대부분 자금력이 튼튼한 증권사의 계열사로 출범하는 만큼 책임준공형사업에서도 수주물량을 따내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부동산신탁업계의 한 관계자는 “책임준공형사업은 시공사가 준공의무를 다하지 못했을 때 부동산신탁회사가 손해배상을 해주거나 대체할 시공사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회사의 신용도에 따라 사업능력이 크게 차이가 난다"며 "새롭게 시장에 뛰어드는 부동산신탁회사들이 한국투자증권이나 대신증권 등 신용등급이 탄탄한 증권사를 모회사로 두고 있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존 부동산신탁회사들이 그동안 책임준공형시장에서 확보해둔 고객사 네트워크나 신뢰도가 탄탄한 만큼 새 부동산신탁회사가 시장 점유율을 단번에 뺏기는 어렵다는 시선도 있다.
부동산신탁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책임준공형사업은 좋은 거래를 발굴하는 직원의 영업능력과 사업관리 능력을 두루 갖춰야 하는 분야”라며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업계에서 높은 신뢰도를 쌓은 기존 부동산신탁회사들이 지닌 장점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