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1분기 말 한국전력의 비정규직은 159명, 소속외인력은 7731명으로 모두 7890명의 비정규직·하청인력이 존재한다.
인천공항공사, 도로공사, 철도공사 등에 이어 공공기관 중 네 번째로 많은 숫자다.
하지만 이미 수천 명의 정규직 전환 실적을 거둔 다른 주요 공기업들에 비해 한국전력공사의 정규직 전환속도는 더디다.
한국전력은 2017년 비정규직 234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으나 김종갑 사장이 취임한 2018년에는 단 한 명도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정책에 따라 2183명의 정규직 전환계획을 세우기는 했으나 실제 정규직 전환실적은 없었다. 2019년 들어와서도 1956명의 정규직 전환을 계획했으나 1분기까지 실적이 전무했다.
한국전력 2018년 8월 소속외인력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전기검침원 5200명을 자회사 방식으로 정규직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김 사장은 국정감사에서 연말까지 자회사를 설립해 정규직화하겠다고 말했으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해를 넘겨 올해 2분기에 들어와서야 자회사로 소속 변경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김종갑 사장 등 한국전력의 이사진이 정규직화에 부정적 시각을 내비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19년 3월15일 열린 이사회에서 검침 자회사 한전MCS와 경비자회사 한전FMS 설립 및 출자안을 논의했는데 “정규직화에 따른 업무효율 저하 대비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업무효율 저하를 수반한다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어 비판의 대상이 됐다.
게다가 이사회에서 지능형 원격검침장치(AMI) 구축과 관련한 인력활용 대비책도 논의됐다. AMI가 확산되면 검침원의 숫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 전환으로는 고용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기검침원보다 숫자는 적지만 정규직 전환에 더 큰 진통을 겪고 있는 한국전력 고객센터 직원들의 문제도 있다. 2006년 한국전력 고객센터를 외주로 전환하면서 현재 5곳의 외주회사 소속 1천여 명이 고객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이들 역시 전기검침원처럼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해 왔는데 직접고용 요구에 부딪혀 정규직 전환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그동안 한국전력과 고객센터 비정규직 직원 사이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여기저기에서 갈등이 표출됐다. 전국전력 노조 한전고객센터지부는 2월9일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2월16일에는 청와대 인근까지 행진하고 대통령비서실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관련 청원이 열 건 이상 올라왔으며 현재도 두 건의 청원이 진행 중이다. 15일 마감된 고객센터 비정규직 관련 청원은 1183명이 참여했다.
이달 초 전력노조 한전고객센터지부가 투표를 통해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 전환을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고객센터 비정규직도 정규직 전환의 물꼬는 텄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의 방향성에만 합의했을 뿐 구체적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기에 아직 갈 길이 멀다. 5월 안에 열기로 했던 실무추진협의회도 6월 초로 미뤄졌다.
협의 과정을 거쳐 산업부 승인을 받아 자회사를 설립하고 소속 변경을 마무리하려면 아무리 서두른다고 해도 하반기는 돼야 고객센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