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19-05-26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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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석유화학사업부는 중요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룹의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만큼 성공으로 이끌어야 한다.”
김상우 대림산업 석유화학사업부 대표이사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 김상우 대림산업 석유화학사업부 대표이사 부회장.
김 부회장이 말한 ‘중요한 프로젝트’는 미국 오하이오주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미국 석유화학단지 프로젝트는 대림산업의 석유화학 분야 글로벌 디벨로퍼로서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26일 대림산업에 따르면 미국 오하이오주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는 이르면 올해 안에 투자 규모, 지분 등 세부내용이 확정된다.
대림산업은 2018년 태국 석유화학업체인 PTT글로벌케미칼의 미국 자회사인 PTTGC아메리카와 미국 오하이오주에 연간 150만 톤 규모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석유화학단지를 개발하는 내용의 투자약정을 맺었다.
미국 석유화학단지 프로젝트는 대림산업 석유화학사업의 시장 다각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대림산업은 현재 국내 여수공장에서 나프타를 분해해 생산한 에틸렌을 중국 등 아시아에 수출하고 있는데 미국 석유화학단지 프로젝트가 성사되면 북미와 남미시장을 공략할 교두보를 마련하게 된다.
오하이오주는 미국의 대표적 셰일가스 생산지역으로 꼽힌다. 미국 석유화학단지는 원유에서 나오는 나프타가 아닌 더 저렴한 셰일가스에서 얻은 에탄을 분해해 에틸렌을 생산하는 만큼 수익성 측면에서도 큰 이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대림산업은 미국 석유화학단지 프로젝트를 단순투자뿐 아니라 기획단계부터 투자, 시공, 운영까지 아우르는 디벨로퍼로 추진하고 있다.
북미와 남미시장은 그동안 진입장벽과 높은 운송비 부담 등으로 국내 석유화학업체의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지역으로 평가된다.
대림산업이 이번 사업을 성사한다면 나프타 분해시설(NCC) 기반에서 에탄 분해시설(ECC) 기반으로 에틸렌 생산방식을 다각화하는 동시에 북미와 남미로 시장을 확장하며 글로벌 디벨로퍼로서 위상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셈이다.
대림산업은 현재 여천 나프타 분해시설에서 연간 195만 톤의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는데 미국 석유화학단지가 완성되면 에틸렌 생산량을 연간 345만 톤까지 늘리며 시장 지배력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현재 미국 석유화학단지 프로젝트는 김상우 대림산업 석유화학사업부 대표이사 부회장이 총괄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1966년 태어나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BNP파리바, 소프트뱅크코리아 부사장, SK텔레콤 상무 등을 거쳐 2012년 대림산업 전무로 대림그룹에 영입된 뒤 7년 만에 부회장에 올랐다.
▲ 김상우 대림산업 석유화학사업부 대표이사 부회장(왼쪽)이 4월25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현지 업체와 엔진발전소 지분 인수계약을 맺고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림에너지>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은 과거 대림산업 석유화학사업부 부사장으로 대림산업의 디벨로퍼사업을 직접 이끄는 등 대림산업을 단순 시공사에서 석유화학분야 디벨로퍼로 바꾸는 일을 제일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해욱 회장이 대기업 총수 일가만큼이나 빠른 승진을 통해 김 부회장을 향한 신뢰를 보여준 만큼 미국 석유화학단지 프로젝트를 향한 김 부회장의 책임감 역시 남다를 수밖에 없다.
미국 석유화학단지 프로젝트는 투자 규모와 방식 등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석유화학업계는 대림산업과 PTTGC아메리카의 오하이오주 석유화학단지 투자규모가 9조~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대림산업이 지분 50%만 확보하려 해도 4조 원 이상이 필요하다.
대림산업은 대림그룹에서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데 1분기 연결기준으로 2조4천억 원 규모의 현금과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석유화학단지 프로젝트는 앞으로 협의결과에 따라 대림산업의 사상 최대 투자가 될 수도 있다. 김 부회장의 신년사처럼 대림산업의 ‘명운’을 건 투자일 수 있는 셈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현재 지속해서 PTTGC아메리카와 투자규모, 지분율 등을 놓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아직 정해진 것이 없어 정확한 투자규모가 얼마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큰 규모인 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