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세안(동남아시아 국가연합)과 스마트시티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며 지능형 교통시스템에서 한국도로공사의 협력업체인 에스트래픽과 에너지관리시스템에서 한국전력공사와 협업하는 누리텔레콤 등 관련 기업의 해외진출 기회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정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와 정부 부처가 아세안과 스마트시티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구체적 협력성과를 내기로 하면서 기업들의 스마트시티 수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 문찬종 에스트래픽 대표이사(왼쪽)과 조송만 누리텔레콤 대표이사 회장.
스마트시티는 도시에 정보통신기술(ICT)과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접목해 각종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도시모델이다. 교통과 에너지, 환경, 복지, 안전 등 다양한 서비스와 연결된다.
스마트시티 수출은 각국 정부를 상대로 하기 때문에 지능형 교통시스템사업을 하는 한국도로공사나 에너지관리시스템 등을 구축하는 한국전력 등 대형 공공사업자 중심의 대규모 프로젝트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도로공사의 사업을 진행하는 에스트래픽과 한국전력을 고객으로 둔 누리텔레콤 등은 스마트시티 수출이 진행될 때 사업자로 참여할 기회가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시티업계 관계자는 “한국도로공사와 한국전력 등의 고객사는 매우 한정돼 있고 고객과 깊은 신뢰를 쌓아야 하므로 지속관계가 10년 이상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며 “사업초기부터 관여하지 않은 신생업체는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에스트래픽은 삼성전자 도로교통사업부로부터 분사한 교통인프라 전문기업이다. 요금수납 및 하이패스 시스템 등 다양한 한국도로공사의 지능형 교통시스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능형 교통시스템은 도로 및 교통관리, 교통정보 제공, 대중교통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교통을 효율화하고 물류비용을 절감하는 데 활용된다.
에스트래픽 관계자는 "지능형 교통시스템은 제품 생산, 설치, 운영관리, 장비테스트 등 모든 과정이 하나의 프로세스로 연결돼 기술력과 자본, 인력, 노하우를 지닌 특화업체만 수행할 수 있는 기술집약적 사업"이라고 말했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애스트래픽은 해외진출로 새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에 저가형 하이패스 수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에스트래픽은 교통인프라뿐만 아니라 재난안전망사업과 각종 시설 내부 전기차 충전기 구축 등 사업 다각화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국가 재난안전통신망사업에 KT 컨소시엄으로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에 꼽히기도 했다.
누리텔레콤이 진행하는 에너지관리시스템과 원격검침 인프라(AMI)사업은 스마트시티에서 종합적으로 에너지를 관리하는 데 활용된다. 전력의 공급자와 사용자가 실시간으로 전력 사용정보를 교환할 수 있어 효율적 전력관리에 유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누리텔레콤은 1997년부터 주고객사 한국전력의 전력 선진화사업에 참여했다.
강보연 NICE평가정보 연구원은 “누리텔레콤은 기존 원격검침 인프라 통합솔루션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마이크로그리드 솔루션 부문에 진출하는 등 매출 다각화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세계 각국에 이미 수출한 원격검침 인프라의 노후화에 따른 유지보수시장 매출도 늘어날 것”이라고 바라봤다.
강 연구원은 “신규 매출처인 베트남 등에서 원격검침 인프라 솔루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안정적 사업확대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스마트시티는 정부에서 4차산업혁명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로 선정해 집중적으로 육성하려는 분야다. 문재인 대통령도 “스마트시티를 혁신성장정책의 주력 분야로 삼아 규제 완화와 예산 투자 등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를 통한 스마트시티 수출도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신남방정책특위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13일 태스크포스를 발족해 아세안과 스마트시티 협력방안을 꾀하기로 했다.
태스크포스에는 기획재정부, 외교부,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환경부 등 정부부처와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공공기관과 민간기관이 참여한다.
박철민 신남방정책특위 추진단장은 “해외 스마트시티 협력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 구성은 첫 번째 사례”라며 “한국형 스마트시티를 세계로 확장할 수 있는 좋은 기반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