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롯데, 한화, 신세계, CJ.
아시아나항공 인수후보로 재계에서 거명되는 그룹들이다. 그러나 인수전 참여를 부인하거나 침묵을 지키고 있다.
왜 아시아나항공을 놓고 침묵할까?
9일 재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이자 매각주체인 금호산업이 매각 주간사로 크레딧스위스증권을 선정하는 등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대기업집단은 없다.
한화그룹은 8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의 1분기 실적발표회를 통해 선제적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설을 부인하기도 했다.
항공산업은 지속성장하는 산업으로 아시아나항공은 국적 항공사라는 이점과 동시에 체질 개선만 거치면 꾸준히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기초체력을 지니고 있어 매력적 매물로 평가된다.
주요 그룹으로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국적 항공사를 품에 안을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일 수 있는데 이들은 하나 같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사실상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주체는 현재 금호산업이지만 매각의 주도권은 KDB산업은행으로 대표되는 채권단이 쥐고 있고 그 뒤에는 정부가 있다.
대기업집단이 섣불리 인수 참여의사를 밝히면 정부가 인수주체를 사전에 정해놓고 매각을 진행한다는 오해에 휘말리며 인수 내정설 등 입길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호남을 대표하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핵심 계열사라는 점도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성과는 호남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은 지역정서 등을 고려해 여론을 잘 살펴가며 신중히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한 그룹이 선제적으로 인수전 참여를 인정하면 매각 과정에서 고용승계나 경영 안정성 등을 요구하는 정치권의 입김에 흔들릴 수 있다.
과거 금호타이어 매각 때도 호남 의원들은 매각 반대, 고용승계 확보 등을 주장하며 산업은행 등을 압박했다.
아직 구체적 매각가격 등이 나오지 않은 점도 대기업집단이 인수 검토를 인정하는 데 신중한 요인으로 꼽힌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작업은 이제 막 매각 주간사를 선정한 시작단계인데 매각 초반부터 과열양상을 보이면 아시아나항공의 몸값만 높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번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3.5% 매각(구주 매각)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신주 발행)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이들의 가격을 어떻게 매겨야 할지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금호산업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을 대상으로 실사를 진행하고 시장상황 등을 파악한 뒤 9월 인수의향서를 받는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때까지 대기업집단이 침묵을 지키는 동시에 매각절차의 진행 상황을 살펴 주판을 튕기면서 눈치싸움을 벌일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