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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 지난 6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서울중앙지검을 나오고 있다. <뉴시스> |
검찰이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강 전 회장은 수천억 원대에 이르는 횡령과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2조3천억 원에 이르는 분식회계 혐의도 곧 추가될 예정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임관혁)는 8일 강덕수 전 회장 등 4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번에 영장이 청구된 인물은 강 전 회장을 비롯해 횡령·배임 등에 가담한 공범혐의를 받고 있는 변모 전 STX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이모 전 STX그룹 경영기획실장, 김모 전 STX조선해양 CFO 등이다.
강 전 회장과 STX그룹 핵심 경영진에 대한 영장청구는 지난 2월17일 회사 사무실과 강 전 회장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인 지 50일 만이다.
검찰은 강 전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변 전 CFO와 이 전 경영기획실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를, 김 전 CFO에 대해서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혐의를 각각 적용했다.
검찰은 강 전 회장 등의 범죄 액수가 최대 2조7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강 전 회장 등은 STX중공업의 자금으로 다른 계열사의 기업어음(CP)를 사거나 연대보증을 지시하는 방식으로 회사에 3100억 원의 피해를 입힌 배임혐의를 받고 있다. 또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하는 과정에서 약 540억 원의 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강 전 회장이 5년에 걸쳐 제조원가를 허위로 낮추는 방식 등으로 2조3천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도 있다고 밝혔다.
강 전 회장은 횡령 혐의와 관련해 그룹 계열사를 헐값에 팔고 계열사 간 내부 거래로 납품단가를 과다 지급하는 수법으로 자금을 횡령해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내부에서 중국 현지 계열사나 해외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 중 일부가 강 전 회장에게 다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강 전 회장 등에 대한 영장 청구에 대해 “사안이 중하고 STX그룹 계열사에 투입된 은행자금 규모가 10조 원에 이르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분식회계 혐의를 김 전 CFO에게만 적용한 것에 대해선 “수사과정에서 조사해야 할 게 남아 있어 일단 그렇게 조치한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강 전 회장 등 4명에 대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번 주 후반에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검찰은 강 전 회장 등에게 로비 의혹도 파악하기로 했다. 강 전 회장 등은 이명박 대통령 정권 시절 사업상 특혜를 받은 대가로 정·관계에 대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STX가 재계 13위라는 위치까지 오르는 데 이명박 정부 시절 주요 인사들의 힘이 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로비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지난 4일과 6일 강 전 회장을 두 차례 소환 조사했다. 당시 조사에서 강 전 회장은 “해외출장이 잦아 로비를 할 시간이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강 전 회장은 배임과 횡령 혐의에 대해서 회사를 살리기 위한 경영상 판단이었다며 고의성이나 불법성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STX중공업과 STX에너지 총괄 회장을 맡았던 이희범 LG상사 부회장도 수사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현재 피의자 신분에 가까운 피의자성 참고인이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당시 회사 경영 전반에 깊이 관여한 만큼 강 전 회장의 범행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특히 이 부회장이 회장으로 있었던 시기에 범행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던 점을 주의깊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미 지난주 이 부회장을 소환해 한 차례 소환 조사를 벌인 적이 있다. 앞으로 강 전 회장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 이 부회장에 대한 추가소환도 있을 수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에 대한 추가 소환조사 후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