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공공부문에 제로페이 확대를 서두르고 있다.
좀처럼 제로페이 확산에 속도가 나지 않는 민간부문에 힘을 더하기 위해 공공부문 수요부터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9일 서울시청에 따르면 30일부터 법인용 제로페이 애플리케이션(앱) ‘제로페이 비즈(biz)’의 시범운영이 시작된다.
박원순 시장은 제로페이 비즈를 통해 연간 2천억 원이 추가로 결제될 것으로 추산하고 서울시 자치구, 투자출연기관에 제로페이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제로페이 비즈는 기존 제로페이가 출금계좌 1개당 사용자 1명만 등록할 수 있어 공공기관·법인 사용이 불가능했던 점을 개선한 것이다.
제로페이 비즈 운영이 시작되면 서울시와 시에서 보조금을 받는 민간법인·사업체 등은 업무추진비와 같은 공공예산을 제로페이로 결제할 수 있게 된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당분간 제로페이 비즈 수요는 공공부문에 쏠릴 것”이라며 “5월 시범운영 기간에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정착해 앞으로 제로페이 비즈가 널리 퍼지는 데 지장이 없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제로페이 실적 개선을 기대하면서도 궁극적으로 민간부문으로 제로페이의 영향력을 넓히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제로페이 시행 5개월이 지났는데도 결제 실적은 기대만큼 상승하지 않고 있다.
박 시장은 22일 제로페이 하루 결제금액이 1억 원을 넘었고 하루 평균 결제건수도 5천 건을 넘었다고 밝혔다. 언뜻 많아 보인다.
하지만 8일 기준 서울시 제로페이 가맹점은 10만여 곳에 이른다. 하루 결제건수가 5천 건이라면 가맹점 20곳 당 하루 1건 결제했고 그나마도 건당 2만 원에 불과했다는 뜻이다.
여기에 서울시의 제로페이 비즈 실적 전망치인 연간 결제금액 2천억 원이 더해진다 해도 가맹점 1곳당 연간 200만 원 수준에 머무른다.
박 시장은 제로페이를 주요 공약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2018년 기준 신용·체크카드 결제금액 779조7천억 원, 핀테크 결제금액 80조1453억 원 등 막대한 민간부문 결제 수요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현재 서울시가 선전하는 제로페이의 편의성과 혜택은 기존 결제수단에 익숙한 민간 사용자를 유인하기에 모자라다는 지적을 받는다.
결제시간이 평균 1~2분이 걸려 신용·체크카드와 비교해 불편하고 소득공제율 40%는 아직 관련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실제로 적용되지는 않고 있다. 40%라는 숫자 자체도 체크카드 소득공제율 30%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박 시장은 이런 단점들을 보완하기 위한 정책들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서울대공원, 서울식물원, 시립과학관, 한강공원 등 서울시 공공시설에서 제로페이로 결제하면 3∼30% 할인을 제공한다. 관련 조례 개정안은 5월2일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불편했던 결제방식도 개선한다. 기존에는 소비자가 가맹점의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하는 방식이었지만 앞으로는 소비자의 스마트폰에 생성된 QR코드를 가맹점의 스캐너가 인식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결제시간이 3초 이상 줄어들게 된다.
서울시는 연간 2조 원 규모로 발행되는 온누리상품권을 제로페이와 연계해 모바일로 발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