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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규 KT 회장이 15일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는 1등 KT 결의대회'에서 임원들에게 고객 최우선 경영을 통한 글로벌 1등 KT 달성을 당부하고 있다 |
황창규 KT 회장이 인원감축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근속 15년 이상 직원들 대상으로 20% 수준에서 명예퇴직을 시행하기로 했다. 취임 직후 임원들을 대거 물갈이 하고 스스로 연봉을 삭감한 뒤에 이은 조처다. 적자전환한 KT를 살리겠다는 뜻인데, 이번 명예퇴직은 주로 유선사업 부문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KT는 8일 노사합의에 따라 근속 15년 이상 직원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명예퇴직 대상은 전체 직원의 70%를 차지하는 근속 15년 이상 직원 2만3천명이다.
노사 합의에 따라 인원이 정해지고 명예퇴직 수순을 밟는 직원은 근속기간과 정년 잔여기간에 따라 명예퇴직금을 받게 된다. 개인의 선택에 따라 가산금을 더 받거나 계열사에서 2년간 계약직으로 근무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퇴직금 이외에 받을 수 있는 총 금액은 평균적으로 퇴직 전 급여의 2년 치 수준이다. 2009년 실시했던 명예퇴직 때 지급했던 금액보다 다소 상향된 규모다.
한동훈 KT 경영지원부문장(전무)은 “회사가 경영 전반에 걸쳐 위기상황에 처함에 따라 직원들이 고용불안 및 근무여건 악화를 우려해온 것이 현실”이라며 “노사가 오랜 고민 끝에 합리적 수준에서 제2의 인생설계의 기회를 주는 것이 직원과 회사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명예퇴직 희망자 접수는 오는 10일부터 24일까지 받고, 25일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30일 퇴직을 발령한다. 불과 2주 만에 상황을 종결한다는 계획이다. KT는 이번 명예퇴직을 통해 고비용 저효율 인력구조를 효율화하고 하반기 신규채용 규모를 전년보다 확대하기로 했다.
KT는 명예퇴직과 함께 임금피크제를 내년부터 도입하고 대학 학자금 지원제도 폐지 등 일부 복지제도도 손 본다. 복지기금 출연 여력 부족을 이유로 자녀 학자금 지원 제도, 본인 학자금 지원 제도 등을 폐지한다.
KT가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명예퇴직은 2003년, 2009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석채 전 회장 재임 때인 2009년의 경우 특별명예퇴직을 통해 5992명을 감축했다. 이번 명퇴도 2009년과 비슷한 규모거나 더 많은 인원 감축이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KT는 본사 직원만 3만2천명에 이른다. 경쟁사인 SKT가 4200명, LG유플러스가 6500명인 것과 비교하면 KT 인력이 지나치게 비대하다. 유선통신 현장 인력이 2만1천 명으로 규모가 많다. 이석채 전 회장도 지난해 11월 초 사의를 밝히면서 “매년 경쟁사 대비 1조5천억 원 이상 더 많은 인건비가 들어가지만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인력 구조를 가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KT 인력감축은 주로 유선 사업 쪽에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황 회장도 회장 취임 이후 이동통신의 위상 회복을 강조해 온만큼 이번 기회에 유선사업 쪽을 대거 정리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KT는 오는 5월부터 현장영업, 개통, AS, 플라자 업무(지사 영업창구 업무)를 KTM&S, KTIS, KTCS 등 계열사에 위탁한다. KT는 계열사들의 늘어나는 업무 부담을 감안해 이번에 명예퇴직하는 직원들은 명예퇴직금을 지급받거나 그룹 계열사에서 2년 동안 근무할 수도 있도록 했다.
이번에 위탁하는 업무는 대부분 유선사업 관련 업무다. 명예퇴직 대상자 2만3천 명 가운데 9500명은 이 사업 쪽에서 일해 KT 입장에서 최소 9500명의 인건비를 줄일 수 있게 된다.
노조의 입장은 나뉜다. KT는 복수노조다.
KT노조는 성명을 통해 "모두의 공멸 대신 다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최선의 해답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고통분담에 동참의사를 밝혔다. 반면 KT 새노조(제2노조)는 "황창규 회장의 혁신은 모든 고통과 부담을 직원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귀결됐다"고 비판했다.
황 회장은 취임하자 마자 자회사의 대출사기,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불법 보조금 등 바람 잘날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고, 매출도 좋지 않다.
황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왜 KT는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느냐"며 "KT가 자주 문제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은 책임지지 않는 기업 문화"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