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게이트'로 판매 중지 사태를 겪으며 고객 신뢰를 상실한 만큼 가솔린차로만 라인업을 꾸려 브랜드 이미지를 탈바꿈하고 수입차시장에서 예전 입지를 되찾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 르네 코네베아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그룹 총괄사장.
24일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에 확인한 결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올해 한국에 출시하기 위해 등록한 차량 5종이 모두 가솔린차다.
차종은 아우디의 세단 모델 A3와 A5,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Q7, 스포츠카 TT 그리고 람보르기니의 우루스 등이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람보르기니 브랜드도 수입해 판매한다.
교통환경연구소 관계자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2017년 8월 A6 35 DTI를 등록한 이후 디젤 차량을 접수한 적이 없다”며 “올해 등록한 차량 5종은 모두 가솔린차량이다”고 말했다.
교통환경연구소는 국내외 판매를 앞두고 있는 자동차를 대상으로 배출가스 인증시험과 소음 인증시험 등을 진행한다. 수입 자동차 회사가 국내에 자동차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의 기준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교통환경연구소는 이 가운데 환경부가 진행하는 배출가스 심사를 맡고 있다.
사실상 교통환경연구소 등록 심사는 수입차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인 만큼 아우디폭스바겐이 이곳에 디젤차를 등록하지 않았다는 것은 디젤차 출시계획이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아우디폭스바겐은 디젤차 강자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만큼 디젤 게이트로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과감하게 디젤차를 포기하고 가솔린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검찰의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새로 디젤차를 선보였다가 수사 과정에서 브랜드 이미지에 손상되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소비자의 외면은 물론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은 23일 배출가스 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불출석하는 요하네스 타머 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을 대상으로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했다.
수입차시장에서 디젤차 비중은 급감한 반면 가솔린차 비중이 가파르게 증가한 점도 아우디폭스바겐이 디젤차를 포기하는 데 영향을 줬을 수 있다.
올해 1~2월 수입차시장에서 가솔린차 점유율은 54.8%로 지난해보다 6.2%포인트 증가했다. 디젤차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5%포인트 감소한 29.3%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아우디폭스바겐이 기존 디젤차의 부분변경모델을 출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로부터 인증을 받은 차량은 재인증을 받지 않아도 국내에 출시할 수 있기 때문인데 아우디폭스바겐은 베스트셀링 모델로 꼽히는 A6의 신형 모델을 아직 등록하지 않았다. 게다가 지난해 12월 A6의 가솔린 모델을 추가로 들여오면서 기존 A6 수요층을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우디폭스바겐은 2018년 12월 들여온 A6 TFSI 물량을 2월 기준으로 모두 판매한 것으로 파악된다.
아우디 전시장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확보한 A6 물량이 이미 2월에 모두 완판됐다”며 “3월에 판매된 아우디는 다른 판매회사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물량을 판매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우디폭스바겐은 지난해 4월 국내에서 판매를 재개하면서 실추된 이미지 회복을 위해 고객 서비스와 마케팅을 강화했다.
감사보고서를 들여다보면 지난해 아우디는 광고선전비로 526억2900만 원을 사용하고 무상보증비용으로 266억 원을 썼다. 2017년보다 각각 72.4%, 34% 늘어난 것이다.
사회공헌활동을 통한 브랜드 이미지 높이기에도 힘쓰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은 지난해 수입차 회사 가운데 순이익 대비 가장 높은 금액을 기부금으로 지출했다. 매출 1위인 벤츠가 순이익의 1.92%를 기부금으로 지출한 것과 비교해 아우디폭스바겐은 17.89%를 기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