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A코리아가 수입 SUV시장에서의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지프 브랜드의 정통성을 그대로 계승한 올 뉴 랭글러로 승부수를 띄운다.
▲ 올 뉴 랭글러의 ‘4도어 루비콘 파워탑’이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올 뉴 랭글러는 오프로드 주행에 최적화한 지프의 대표적 모델로 흔히 ‘짚차’하면 떠올리는 군용 차량과 비슷한 모습을 한 바로 그 차량이다.
FCA코리아는 올해 1분기 수입 SUV 판매량 부문에서 2위를 차지한 만큼 올 뉴 랭글러 라인업 모두를 출시해 연간 판매량 1만대를 넘는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파블로 로쏘 FCA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은 올 뉴 랭글러 출시 기념행사에서 “지프가 올해 1분기 수입 SUV 부문에서 2위를 차지했는데 올 뉴 랭글러로 이런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FCA코리아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한 2019 올 뉴 랭글러 출시 기념행사에서 올 뉴 랭글러 트림(세부사양 등에 따라 나뉘는 일종의 등급) 가운데 오프로드 감성을 극대화한 루비콘 파워탑을 직접 보고 시승해 볼 수 있었다.
FCA코리아는 다양한 수요층을 공략하기 위해 오프로드와 도심형 SUV를 구분하고 디자인 등에서 차별화를 꾀해 올 뉴 랭글러 6개 트림을 선보였다. 이 가운데 루비콘 파워탑은 지프 브랜드 고유의 오프로드 감성을 극대화한 4도어 모델이다.
시승은 세종문화회관을 출발해 내부순환도로, 강변북로, 자유로, 외곽순환도로를 거쳐 경기도 양주에 있는 포레엠을 들리고 다시 세종문화회관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짜였고 약 110km 구간이었다.
주차공간으로 들어서는데 멀리서 봐도 올 뉴 랭글러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지프 고유의 디자인과 색상이 눈에 띄었다. 빨강, 주황, 노랑, 하양, 검정 등 색상들이 차량에 유광으로 입혀져 강렬한 느낌을 더했다.
앞면부에는 세븐-슬롯 그릿과 동그란 헤드램프를 장착해 지프 고유의 디자인 정체성을 생생하게 살렸다. 지붕에서 보닛으로 수직으로 떨어지는 전면부 앞유리와 정사각형 모양으로 양 옆에 달린 사이드 미러도 다부진 인상에 힘을 보탰다.
실제로 봤을 때 차량이 크다는 위압감은 받지 못했는데 루비콘 파워탑은 몸집이 꽤 큰 축에 속했다. 루비콘 파워탑의 전장은 4485mm, 전폭은 1895mm이다. 전고는 1850mm로 꽤 높았는데 현대자동차의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와 비교해도 100mm 더 높았다. 루비콘 파워탑은 중형 SUV로 출시됐다.
▲ 루비콘 파워탑의 내부 인테리어 모습.
운전석에 올라타자 투박한 외관과 다르게 깔끔하게 정돈된 디지털 계기판과 대시보드가 눈에 들어왔다. 8.4인치 터치스크린과 양 옆에 놓인 동그란 환풍구는 전면부 외관과 닮아 통일감을 줬다.
기어 노브 왼쪽에는 이륜과 사륜으로 조작할 수 있는 구동 레버가 있다.
출발하기 전 루비콘 파워탑에 지프 브랜드 최초로 전동식 소프트탑(천 소재로 만든 지붕)이 탑재됐다는 설명을 듣고 한 번 작동해 봤다. 운전석 오른쪽 위에 설치된 버튼을 누르자 2열까지 거침없이 지붕이 열리면서 청량감을 안겼다.
운전석 시트는 수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데 왼쪽 바닥에 있는 끈을 잡아당기면 기울기를 조절할 수 있다. 다만 시트의 기울기와 앞뒤로 위치만 조절할 수 있어 다른 SUV와 비교해 운전석에 앉았을 때 다소 빳빳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프로드 최강자답게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리기 시작하자 도심 속을 주행할 때는 보이지 않던 루비콘 파워탑의 진가가 드러났다.
스티어링 조작감이 가벼운 데다 힘이 좋아 지체됨 없이 산길을 오르내릴 수 있었다.
루비콘 파워탑은 2.0리터 터보차저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최고 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성능을 갖췄다.
가속능력이 좋아 고속도로를 달릴 때에는 쉽게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차량을 멈췄다가 출발할 때에도 가속 페달을 조금만 깊게 밟으면 순식간에 속력을 높일 수 있었다.
▲ 루비콘 파워탑이 오프로드 주행 코스를 돌고 있다.
FCA코리아는 경기도 양주 외곽에 따로 오프로드 주행 코스를 마련해 사륜구동 성능을 따로 체험해볼 수 있게 했다.
루비콘 파워탑을 타고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고 내리는 구간, 범피구간(울퉁불퉁한 길)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된 코스를 주행하는데 차량의 기울어짐과 약간의 덜컹거림만 느꼈을 뿐 차량의 힘이 달린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
오프로드에 최적화한 성능이 눈앞에 펼쳐지자 기자들 사이에서 “다른 차들이 못 빠져나올 때에도 지프는 빠져 나올 수 있겠다”는 감탄이 쏟아졌다.
다만 오프로드 주행 코스를 돌고 난 뒤 구동 레버를 중립으로 돌려 놓을 때 레버가 뻑뻑한 탓에 조작이 쉽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차들이 빼곡한 도심 속을 주행할 때에는 기본으로 탑재된 자율주행 시스템이 큰 도움이 됐다. 루비콘 파워탑에는 제동보조시스템이 포함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전방추돌 경고시스템이 탑재됐는데 차로를 바꿀 때 후면부 차량이 근접해 있으면 양쪽 사이드 미러에 표시된 삼각형 등에 불빛이 들어와 운전자에 경고해 준다.
지상고가 높다는 점은 개인적으로 불편함을 줬다. 키 160cm 조금 못 되는 기자가 차에 올라타고 내릴 때마다 휘청거릴 정도로 꽤 높았다.
다른 차량과 비교해 주행 중에 직진으로 곧게 달린다는 느낌이 덜해 꾸준히 스티어링을 조작해햐만 하는 점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FCA코리아는 수입 SUV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바탕으로 올 뉴 랭글러의 가성비를 앞세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