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자체사업인 연료전지사업과 소재사업을 분할해 상장을 추진한다.
두 사업을 담당하는 정형락 두산퓨얼셀 사장과 이윤석 두산 전자BG장은 성공적 상장을 위해 각각 연료전지사업과 전지박사업에서 투자자들이 성장성을 확신할만한 성과를 내야 한다.
▲ 정형락 두산퓨얼셀 사장(왼쪽)과 이윤석 두산 전자BG장. |
17일 두산에 따르면 10월1일 연료전지사업을 두산퓨얼셀, 소재사업을 두산솔루스로 각각 인적분할한 뒤 두 신설회사를 상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두산은 현재 부채비율이 304.2%에 이르는 등 재무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다.
정 사장과 이 BG장은 상장을 통해 두산과 신설회사에 필요한 자금을 수혈하는 임무를 맡게 됐다.
정 사장과 이 BG장은 성공적 상장을 위해 두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투자자들에게 내보일 만한 성과가 필요하다.
이는 상장을 통해 투자자금 조달을 극대화하고 상장 추진 과정에서 생길 지 모를 부정적 변수를 줄이기 위한 일이기도 하다.
정 사장의 과제는 2018년의 연료전지 수주 성장세를 올해도 이어가는 것이다.
두산은 연료전지사업 육성에 3년 동안 공을 들인 성과로 2018년 처음으로 수주잔고가 1조 원을 넘어섰다. 사업의 전망이 밝기 때문에 두산은 올해도 1조 원이 넘는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사업환경은 우호적이다. 연료전지발전사업은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2040년까지 연 평균 20%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사장은 수소연료전지발전소사업의 확대에도 기대를 걸 수 있다.
두산은 한화에너지, 동서발전과 함께 충남 대산에 짓는 50메가와트 규모의 수소연료전지발전소에 연료전지를 공급한다.
정 사장은 이 발전소의 성과를 앞세워 연료전지 발주처의 폭을 에너지회사에서 화학회사까지 넓히는 데도 두산건설 등 그룹사와 협력할 것으로 보인다.
대산 발전소는 근처에 위치한 한화토탈의 대산 화학공장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연료로 활용한다. 이 사업의 성과를 앞세워 화학회사들에게 부생수소의 활용방안으로 수소연료전지를 쓰는 발전소사업을 제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윤석 BG장의 과제는 주력상품인 전지박의 안정적 고객사를 확보하는 것이다.
두산은 올해 안에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헝가리에 전지박공장을 짓고 있다. 생산규모는 연 5만 톤으로 전기차 220만 대에 쓰일 수 있는 분량이다.
이 BG장은 전지박공장과 인접한 곳에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보유한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배터리 3사를 고객사로 확보하는데 힘을 쏟을 계획을 세웠다.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는 헝가리를 유럽 전기차 배터리시장 공략의 거점으로 삼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2월 삼성SDI는 5600억 원의 증설 투자계획을, SK이노베이션은 9452억 원의 신규 공장 건설 투자계획을 각각 밝혔다.
LG화학도 헝가리와 멀지 않은 폴란드에 위치한 전기차 배터리공장의 증설에 6513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3월에는 유럽에 새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는데 폴란드나 헝가리에 새 공장을 지을 가능성이 높다.
이 BG장은 고객사를 확보와 함께 공장의 완공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기 위해서도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 관계자는 “이미 헝가리 전지박공장의 초기 계약물량은 확보한 상태”라며 “공장이 완공되면 곧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사장과 이 BG장은 성공적 상장을 통해 투자자금을 직접 확보하는 것으로 두산의 재무적 부담을 다소나마 덜 수 있다. 두산의 자금사정은 안을 들여다보면 부채비율 이상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
두산은 2018년 말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 2조4562억 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올해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 차입금이 3조1876억 원에 이른다.
더욱이 돈 들어갈 곳은 많다.
두산은 2023년까지 5360억 원에 이르는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분할을 앞둔 연료전지와 소재사업을 제외하더라도 투자 규모는 2천억 원 수준이다.
5월8일 시작되는 두산중공업의 유상증자에도 참여를 앞두고 있다.
전체 유상증자 규모는 4천억~5천억 원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두산이 두산중공업 지분 34.6%를 들고 있는 만큼 1천억 원이 넘는 자금을 두산중공업에 수혈해야 지분가치 희석을 막을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