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설비 제조와 유전·가스전 설계 등 프로젝트 수주도 2017년부터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 에이커솔루션의 프로젝트 수주액은 2015년 228억 크로네에서 2016년 170억 크로네로 떨어졌지만 2017년 235억 크로네, 2018년 254억 크로네로 다시 뛰었다.
견조한 수주 덕에 에이커솔루션 주가 역시 올해 들어 10.33% 올랐다. 지난해 연말 주가는 2017년 연말과 비교해 14.14% 떨어졌는데 다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한국 조선3사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해양플랜트가 발주되려면 우선 유전·가스전 설계가 이뤄져야 하고 그 다음에는 해저설비 발주가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해저설비 발주현황이 해양플랜트시장의 선행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이커솔루션 등의 수주가 2017년 회복세로 전환하면서 2019년부터는 해저설비 출하량이 증가할 것”이라며 “이는 한국 조선사들의 해양생산설비 수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숫자’로 설명해준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석유회사들이 투자를 확대하면서 드릴십(이동식 원유 시추선) 가동률이 오르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글로벌 드릴십 가동률은 3월31일 기준으로 63%까지 회복했다. 2013년 만해도 100%였다가 지난해 평균 53.7%까지 곤두박질쳤는데 2년여 만에 60%를 회복했다.
드릴십 가동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수록 조선3사는 해양플랜트시장 활성화에 기대를 걸 수 있다. 시추지역이 많아지면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 FPU(부유식 해양 생산설비) 등 해양 생산설비 수요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양플랜트업황의 회복이 조선3사의 구체적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며 “해양설비 수주 모멘텀이 기대되는 만큼 조선3사 주가를 관심있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선3사는 그동안 해양플랜트 일감 부족으로 속을 썩어왔지만 올해는 기대할 만한 프로젝트가 여럿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나이지리아 봉가사우스웨스트 프로젝를 노리고 있는데 현지에 합자조선소를 보유해 수주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호주 바로사 해양플랜트 수주전에서도 삼성중공업-테크닙FMC(TechnipFMC) 컨소시움과 일본 미쓰이해양개발(MODEC)이 경쟁 중이고 인도 릴라이언트 MJ프로젝트도 상반기 수주를 기대해볼만 하다.
대우조선해양은 미국 석유회사 셰브론(Chevron)으로부터 앵커(Anchor) 프로젝트용 반잠수식 시추설비를 따낼 가능성이 있다. 셰브론은 톱사이드(상부구조)를 미국 키위트(Kiewit)에, 헐사이드(아랫부분)을 대우조선해양에 나눠 주문하는 방안과 모든 설비 건조를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하는 방안을 두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역시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발주하는 11억 달러 규모의 마르잔(Marjan) 프로젝트 해양플랜트를 두고 3파전을 벌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탈리아 사이펨(Saipem)과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인도 L&T-아랍에미레이트 NPCC 컨소시엄', '미국 맥더못(McDermott)-중국 COOEC 컨소시엄' 등 2개의 다른 컨소시엄과 경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중동 건설전문지인 미드(MEED)는 마르잔 프로젝트 1, 2, 4 패키지에서 현대중공업이 맥더못&COOEC 컨소시엄에 밀려 실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미드의 보도는 정확하지 않고 마르잔 수주전 결과는 7~8월 정도는 돼야 알 수 있다”며 “이 밖에 호주 브라우즈(Browse)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 2척도 내년 초에 수주 가능성이 있는데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성공하면 확률이 크게 올라가고 실패하면 2척 중에 1척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