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곤 제일의료재단 이사장이 법정관리 중인 제일병원의 회생을 위해 그동안 추진해온 병원 매각을 포기하고 병원부지를 팔아 새 병원으로 옮기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직원들의 밀린 임금과 고용승계, 병원부지의 용도변경 등 풀어야할 과제가 쌓여있다.
12일 제일의료재단 제일병원에 따르면 이재곤 이사장 등 이사회와 제일병원의 회생절차를 주관하는 안진회계법인은 부동산 사모 펀드에 병원부지를 매각하고 서울 외곽으로 병원을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충무로 한복판의 병원부지는 2천억 원가량으로 평가되는데 이를 필아 부동산 사모펀드에 부지 권리를 이전하고 1400억 원가량의 병원 채무를 한 번에 변제하겠다는 것이다.
남은 600억 원가량의 자금을 새로 건립하는 제일병원 분원 건립에 투자하는 내용의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하기로 했다.
제일병원 분원이 새로 건립되는 3년 동안은 현 부지에서 부동산 펀드의 운영자금 지원으로 병원의 명맥을 이어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제일병원 분원 후보지는 양천구 신정동 복합메디컬 타운이나 송파구 위례신도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사장이 병원 매각을 포기하고 부동산만 팔아 병원을 이전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을 두고 병원 장악력을 유지하면서도 법원에 병원 회생에 적극적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제일병원은 1월 자율구조조정 회생절차를 법원에 신청한 뒤 병원 매각을 추진해 왔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동국대가 병원 부지를 노리고 제일병원 측과 협상했으나 고용승계와 투자금 지원 약속 요구 등에 의견차이를 보여 인수가 무산됐다.
길병원과 여성전문병원인 봄빛병원 등도 투자의 뜻을 보였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제일병원을 자주 이용한 배우 이영애씨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이영애 컨소시엄과 넥슨의 사회공헌재단인 넥슨재단도 인수 의지를 밝혔지만 모두 이뤄지지 않았다.
제일병원의 누적 적자가 1400억 원에 이르는 점과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 유명 의료진의 이탈 등 병원 운영 노하우 부재 등이 발목을 잡았다.
이 이사장이 회생계획안을 내놓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지만 회생안이 법원을 통과하더라도 이 이사장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특히 임금과 고용승계가 쟁점이다.
분원 설립 동안 의료진과 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하려면 막대한 금액이 필요하다. 부동산 펀드가 제공하겠다는 운영 지원금만으로는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도 일부 의사 직종을 제외하고 간호사 등 직원들의 급여가 밀려있다.
체납된 임금과 퇴직직원들의 퇴직금 문제도 해결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 이사회와 병원 노조 사이 의견 조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제일병원 부지의 용도변경을 서울시가 허용해줄지도 문제다.
제일병원 부지는 현재 ‘병원’부지이기 때문에 상업용지 등으로 용도변경이 이뤄져야 부지를 인수한 부동산 펀드 주도로 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
한국 최초의 여성전문병원인 제일병원은 1966년 12월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 조카인 고 이동희 박사가 설립했다. 이재곤 이사장이 취임한 뒤 무리한 외연 확장으로 경영이 지속적으로 악화돼 2019년 1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