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의 강한 견제로 메모리반도체인 D램사업에 큰 차질을 겪고 있지만 낸드플래시시장에 진출하는 계획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심각한 낸드플래시업황 악화로 반도체 실적 방어에 고전하는 상황에서 중국 반도체기업의 시장 진출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 있다.
▲ 중국 YMTC의 낸드플래시 반도체공장 조감도. |
12일 외국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반도체기업이 계획대로 올해 하반기에 낸드플래시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미국과 무역분쟁에 따른 타격에도 삼성전자와 같은 상위 반도체기업과 경쟁하겠다는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생산계획은 순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YMTC의 최고기술책임자는 닛케이아시안리뷰를 통해 3D낸드 공정을 적용한 낸드플래시 양산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YMTC는 중국 국영 반도체기업인 칭화유니그룹 계열사로 중국 정부의 투자 지원 아래 240억 달러(27조4천억 원)를 들여 대규모 반도체공장을 짓고 있다.
YMTC가 올해 하반기부터 양산을 앞둔 64단 3D낸드는 삼성전자와 도시바메모리, 웨스턴디지털 등 낸드플래시 세계 상위기업이 모두 주력으로 삼고 있는 공정 기술이다.
중국이 낸드플래시 대량생산을 계획대로 시작한다면 심각한 공급과잉을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세계 낸드플래시시장은 지난해부터 계속된 반도체기업의 출하량 증가와 수요 부진,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기업은 1분기에 모두 낸드플래시사업에서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반도체기업은 실적 부진에 대응해 일제히 낸드플래시 생산투자를 축소하면서 점유율 경쟁을 자제하고 공급과잉을 완화해 수익성을 방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분기부터 삼성전자를 제외한 모든 반도체기업이 시설투자를 축소하는 데 더해 낸드플래시 생산량도 줄이는 감산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 반도체기업은 시장에 처음 진출하는 만큼 돈을 벌기보다 단기간에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어 공격적으로 낸드플래시 출하량을 늘릴 공산이 크다.
중국 반도체기업의 기술력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경쟁사보다 크게 뒤처져 실제로 고객사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반도체시장에 새 경쟁자가 등장하고 낸드플래시 공급과잉이 지금보다 더 심각해지는 일은 고객사들이 반도체기업에 낸드플래시 공급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현지 전자업체들에 중국산 메모리반도체 탑재를 요구하면서 중국에서 다른 반도체기업의 낸드플래시 수요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업황이 이미 좋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이 막대한 반도체 생산능력을 활용해 시장질서를 해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는 내년에 평택과 중국 시안의 새 메모리반도체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는데 중국이 공급과잉 악화를 주도한다면 공장 가동시기를 늦추는 계획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새 반도체공장 가동시기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지혜 흥국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완공한 낸드플래시 전용 M15 반도체공장의 수율 확보에 고전하며 낸드플래시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
낸드플래시업황이 지금보다 나빠지면 D램에서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을 대폭 깎아먹을 수도 있다.
중국은 낸드플래시와 함께 D램시장 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지만 미국 정부의 견제로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미국 정부가 중국과 무역분쟁을 벌이며 중국에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등 강력한 제재 조치를 결정하고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막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낸드플래시는 중국이 반도체 공정 기술력을 이미 자체적으로 갖추고 생산설비도 대부분 확보한 상태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강력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문 연구원은 "낸드플래시시장에서 다수의 업체가 시장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반도체기업들이 수익성 방어보다 출하량 확대를 통한 점유율 경쟁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