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신형 투싼이 높은 인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김충호 현대차 사장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투싼을 제외한 다른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의 판매량이 일제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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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충호 현대차 사장 |
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4월 올 뉴 투싼을 8600여 대 팔았다. 올 뉴 투싼은 지난 3월 중순 출시돼 2달도 채 되지 않아 모두 1만1500여 대 팔리며 돌풍에 가까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의 다른 SUV는 같은 기간 판매량이 뒷걸음질했다.
싼타페는 지난달 5679대 판매돼 지난 3월 5815대보다 2.3%가량 판매가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7785대에 비해서 27.1%나 판매량이 급감했다.
싼타페는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모두 3만여 대 판매됐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 2만3천여 대 판매되는 데 그치며 판매량이 23% 이상 떨어졌다.
싼타페가 2012년 4월 출시돼 상대적으로 오래된 데다 신형 투싼과 크기와 디자인, 가격대가 비슷해 싼타페를 구매하려던 소비자들이 투싼으로 옮겨간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SUV들도 판매량이 모두 감소했다. 현대차의 대형 SUV들은 맥을 못추고 있다.
현대차는 맥스크루즈를 지난달 667대밖에 팔지 못했다. 지난달 영업일수가 22일로 3월과 같았지만 판매량이 10% 가까이 떨어졌다.
맥스크루즈는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3700대 판매됐지만 올해 같은 기간 2800여 대 판매되는 데 그쳤다.
맥스크루즈는 2013년 3월 출시돼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판매량 감소폭이 25% 정도로 큰 편이다.
맥스크루즈는 올해 베라크루즈가 단종될 경우 현대차의 대형 SUV 판매를 혼자 책임져야 하지만 판매량이 신통치 않은 상황이다.
꾸준히 단종설이 나오고 있는 베라크루즈 역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베라크루즈는 지난달 237대 판매되며 국산 SUV 가운데 가장 적게 팔렸다.
현대차는 베라크루즈의 단종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베라크루즈의 단종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베라크루즈의 단종설이 꾸준히 나오면서 판매량이 더욱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베라크루즈는 비슷한 차급의 기아차 모하비와 비교되면서 더욱 뼈아픈 상황이다. 모하비는 지난달 1158대가 팔려 출시 첫 해인 2008년 3월 이후 가장 많이 팔렸다.
모하비는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 늘어난 4200여 대가 팔리는 등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출시 7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 1만 대를 넘긴 데 이어 올해에도 1만 대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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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뉴 투싼' 신차발표회에서 곽진 부사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뉴시스> |
김충호 사장은 신형 투싼을 제외한 다른 SUV 판매가 부진하면서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특히 SUV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투싼의 신차특수가 끝나면 현대차가 지난해처럼 시장이 커지는 데 따른 수혜를 고스란히 다른 자동차업체에게 빼앗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SUV는 지난해 내수시장에서 2013년보다 15.1% 늘어난 33만3천 대 판매되며 사상 처음으로 30만 대를 돌파했다. 하지만 현대차의 전체 SUV 판매량은 2013년보다 오히려 1.3% 감소한 13만여 대를 기록했다.
올해도 내수시장에서 SUV 강세는 계속되고 있다. 4월 SUV와 미니밴 등을 더한 RV(레저용 차량)는 4만6천여 대 팔리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42.5% 급증했다.
KDB대우증권은 최근 “앞으로 신차와 RV 비중을 얼마나 신속하게 갖출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기아차가 현대차보다 여건이 뚜렷하게 유리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