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러시아 자동차시장에서 질주하고 있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탓에 판매 확대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이영택 현대자동차 러시아권역본부장(왼쪽), 정원정 기아자동차 러시아권역본부장. |
11일 자동차시장 분석기관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기아차의 1~3월 러시아 판매량은 5만2982대다. 2018년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1.5% 늘었다.
현대차 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늘어난 4만1425대를 보여 호조를 나타냈다.
올해 러시아에서 팔린 자동차는 모두 39만1650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0.3% 하락했다는 점에서 현대차와 기아차가 매우 선전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시장 지배력은 이미 독보적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러시아에서 시장 점유율 기준으로 각각 3위와 2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은 24.1%로 현지기업인 라다(21%)를 앞선다.
현대기아차의 러시아시장 점유율은 2012년에 12%였으나 2015년에 처음으로 20%를 넘은 뒤 한동안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는 25%를 넘볼 정도로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차는 판매 확대에도 주름살이 가득하다.
판매 확대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환율 사정이 좋지 않아 수익성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원/루블 환율은 17원대다. 2017년만 해도 19원대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루블화의 가치가 2년 만에 10%가량 낮아졌다.
루블/달러 환율도 2018년 초 50루블대 후반에서 현재 60루블대 후반을 보이는 등 전반적으로 루블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러시아에서 루블로 차를 판 뒤 이를 나중에 달러나 원화로 환산하는데 달러/루블 환율, 원/루블 환율 하락으로 수익에 직접적 타격을 받게 됐다.
실제로 현대차의 러시아법인(HMMR)은 2018년에 매출 2조9548억 원, 순이익 1210억 원을 냈다. 2017년과 비교해 매출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순이익은 16.8% 낮아졌다.
기아차는 2018년 자동차 판매 급증으로 러시아 법인(KMR)의 순이익률을 높이는데 성공했지만 환율 하락에 안심하기만은 어려운 상황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현대차에 불리한 환율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루블화 가치가 낮아진 주된 이유는 미국이 화학무기 사용 등의 구실을 들어 러시아 경제를 제재한데 따른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환율 방어를 위해 힘을 쏟고 있지만 경제 불확실성이 커져 루블화 가치 하락을 막는데 고전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올해 루블화 가치는 2018년보다 소폭 평가 절상되거나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국제 정치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