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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이 오는 6월 15년 만에 벌어진다. 대기업 면세점입찰에 참여하는 수많은 기업 가운데 승자는 단 두 곳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누구보다 면세점사업권을 따내는 데 절박하게 매달리고 있다.
주력 유통채널인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실적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서울 시내면세점은 거의 유일한 탈출구이기 때문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신세계그룹에 면세점법인을 새로 설립하는 등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정지선 회장은 최근 공격적으로 매장을 확대하고 있는 데 시내면세점 입찰에서 승리해 화룡점정을 찍으려고 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이부진 호텔롯데 사장은 그동안 누려온 면세점 독과점 체제를 수성하기 위해 신발끈을 고쳐 매고 있다.
◆ 정용진 정지선, 승자의 조건을 갖췄나
정용진 부회장과 정지선 회장은 과연 승자의 조건을 갖췄을까?
관세청은 서울 시내면세점 평가항목으로 ▲운영인의 경영능력(300점) ▲특허보세구역관리 역량(250점) ▲관광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실적 등 경제사회발전을 위한 공헌도(150점) ▲기업이익의 사회환원과 상생협력 노력 정도(150점) 등을 내놓았다.
점수배분을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관세청은 ‘입지조건’보다 ‘면세점 경영능력’ 배점을 높였다. 이 때문에 관세청이 중국이나 일본 등 주변국가 면세점과 충분히 경쟁할 만한 경영능력을 갖춘 후보자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용진 부회장과 정지선 회장은 면세점 후발주자인 만큼 면세점 경영능력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있다.
정지선 회장은 현대백화점이 면세점을 운영해 본 경험이 없는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모두투어와 손을 잡고 합작법인을 세웠다.
정 회장은 서울 강남지역 공략을 목표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후보지로 삼았다. 강남지역 주변에 특급호텔과 카지노가 있어 입지조건 면에서 경쟁자들보다 앞설 수 있다고 본다.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의 백화점과 홈쇼핑 실적 부진으로 면세점사업을 통해 활로를 찾으려고 한다. 현대백화점 지난해 매출은 1% 늘어나는데 그쳤다. 현대홈쇼핑도 매출이 8.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겨우 0.46% 증가했다.
정용진 부회장 역시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부진 속에서 홀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면세점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면세점사업을 위해 별도법인인 ‘신세계디에프’를 설립했다. 신세계디에프의 초대 대표이사를 맡은 성영목 신세계조선호텔 대표는 면세점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정 부회장은 별도법인을 설립을 통해 백화점 운영 노하우로 면세점 기획과 마케팅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영목 대표는 “신세계그룹의 면세점 입지는 신세계 본점과 강남점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신세계 본점의 경우 남대문시장이나 명동 등과 상생할 수 있고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의 김해공항면세점은 여전히 적자상태이고 오는 11일 문을 여는 인천공항면세점은 임대료 부담이 큰 만큼 서울 시내면세점을 통해 면세점사업에서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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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용득 한화갤러리아 대표 |
정용진 부회장이나 정지선 회장이나 기존의 유통사업이 정체돼 있는 상황에서 면세점사업권의 획득은 그룹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면세점 입찰에서 실패할 경우 타격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한화갤러리아와 SK네트웍스도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황용득 한화갤러리아 대표는 용산지역과 가까운 여의도에 위치한 63빌딩을 면세점 후보지로 결정했다. 황 대표는 지난해 문을 연 한화갤러리아의 제주공항 면세점이 국내 면세사업자 가운데 최단기간에 흑자를 낸 점을 내세우고 있다.
문종훈 SK네크웍스 사장은 워커힐면세점을 23년 동안 운영한 SK네트웍스의 경험을 강점으로 앞세운다. 워커힐면세점은 지난해 매출 2632억 원으로 전년 1880억 원보다 40% 늘었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KT렌탈 인수 실패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공백상태를 맞고 있는 만큼 시내 면세점 입찰은 매우 중요하다. SK네트웍스는 아직 면세점 후보지를 확정하지 않았다.
◆ 신동빈 이부진, 면세점 과점체제 수성할까
호텔롯데와 호텔신라가 이번 서울 시내면세점에서 탈락할 경우 두 곳이 구축해 놓은 면세점 과점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호텔롯데를 통해 국내 면세점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데 이번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을 느긋하게 기다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호텔롯데는 12월 소공동과 잠실 면세점 특허가 만료되는데 독과점 규제 탓에 이 두 곳의 면세점을 계속 지키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서 탈락한 업체들의 경우 모든 조건을 구비해 놓은 만큼 호텔롯데의 면세점 특허가 나오게 되면 모두 달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올해 서울 잠실면세점과 소공동면세점 사업기한이 만료되기 때문에 이를 다시 연장하는 게 최대목표”라며 “해외공항에도 점포를 지속적으로 열어 해외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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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호텔롯데는 국내 면세시장의 절반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는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어 6월에 신규사업지를 따내더라도 소공동과 잠실점 가운데 하나는 다른 사업자에게 내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역시 이번 서울 시내면세점에서 탈락할 경우 국내에서 면세점사업을 키울 동력을 잃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호텔신라는 호텔사업보다 면세점사업의 비중이 나날이 높아가고 있다. 호텔신라는 수익의 90% 정도를 면세점에서 거두고 있다.
이 사장은 최근 세계 기내면세점 1위인 디패스를 인수하고 지난해 9월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을 여는 등 해외 면세점사업에 진출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사장은 호텔신라가 글로벌 면세점사업에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서울 시내면세점을 통해 현금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 사장이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 성공할 경우 호텔신라는 서울 시내면세점시장에서 점유율 30%, 매출 4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실패할 경우 그만큼 타격도 크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