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 서울 삼성동 부지를 향한 쟁탈전이 개막되고 있다. 한전 부지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고 한전이 올해 상반기 중 매각공고를 내는 등 내부적으로 매각절차를 검토중이면서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등 이 땅을 노리는 업체들의 발걸움도 빨라지고 있다. 삼성은 대규모 삼성그룹은 연구개발센터를,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사옥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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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
7일 한전에 따르면 서울시가 한전 삼성동 부지를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하기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부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애초 한전은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부채를 가능한 이른 시간에 줄이라는 정부 지시에 따라 매각으로 선회했다. 한전 고위 관계자는 “감정절차를 거쳐 올해 상반기에 매각공고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 부지는 서울 강남의 대표적 금싸라기땅이자 마지막 개발지로 꼽힌다. 주변에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한 건물들 사이에 위치해 있는 데다 면적이 7만9342 평방미터로 대규모 개발이 가능하다. 단순 시세로 추산해도 땅값이 3조 원은 넘을 것이라는 게 부동산업계의 평가다.
이 한전 부지를 놓고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물론 중국과 미국 등 해외기업들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다.
삼성그룹은 규제완화 이전부터 이 땅을 주시해왔다. 삼성물산은 2009년 포스코와 공동으로 한전 부지를 포함한 삼성동 일대를 복합 상업시설로 개발하는 제안서를 강남구청에 내기도 했다. 삼성생명은 2011년 한전 부지 바로 옆에 있는 옛 한국감정원 건물을 2400억 원에 일찌감치 매입해 놓았다.
삼성그룹은 이 지역에서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건설하려고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지역이 ‘삼성동’인 점도 삼성그룹에게 매력적이다. 삼성그룹은 한전부지에 대규모 연구개발(R&D)센터 건립을 검토중이며 다른 기업들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개발하는 방안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이 이 부지를 매입해 개발할 경우 삼성물산이 중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디스플레이와 2차전지 등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삼성SDI이기 때문에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삼성SDS 등 연구분야가 이 곳에 모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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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삼성동 한전 본사 부지 |
현대자동차그룹은 한전부지에 ‘현대차 타운’을 구축해 글로벌 기업의 위상을 높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은 아직까지 그룹 전체를 모두 수용할만한 사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계열사와 사업부별로 양재동, 역삼동, 대치동 등에 흩어져 있다. 양재동 본사 사옥은 5천 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어 공간이 부족한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2006년 서울 성수동 뚝섬 부지에 110층 규모의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를 지으려 했지만 서울시의 초고층 건축 관리기준에 맞지 않아 무산됐다. 현대차그룹은 이후 이런 규모의 사옥을 지을 수 있는 곳을 계속 찾아왔다.
현대차그룹은 사옥 건설과 함께 전시장 및 박물관을 함께 세우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폭스바겐이나 BMW 등 해외 경쟁사들은 전시장이 있다”며 “글로벌 기업의 격에 맞춰 전시장을 갖춘 본사를 신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해외기업도 한전 부지에 높은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녹지그룹’과 미국의 카지노 그룹 ‘샌즈’도 사업 가능성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여러 기업들이 한전 부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가격 경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심을 드러내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