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이 동남아조선소 건립으로 경영실적 부진에서 탈출할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
삼성중공업은 컨테이너선 중심으로 수주구조가 변화하는데 맞춰 일반상선을 전문으로 건조하는 동남아조선소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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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동남아지역에 신규 조선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후보지로 선정하고 조선소 건립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30일 “경영환경과 사업전략 등을 감안해 동남아지역 조선소 설립을 검토중에 있으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하반기에 해외조선소 건립 계획을 밝혔다. 전태흥 삼성중공업 부사장은 지난해 9월 “2017년까지 1조 원을 투자해 동남아에 조선소를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삼성중공업이 해외 조선소를 건립하려는 이유는 인건비를 낮추고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특히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은 대형 상선 등의 선종에서 저렴한 노동력을 무기로 하는 중국 조선사가 수주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인건비가 낮은 동남아조선소에서 컨테이너선과 탱커 등 일반상선을 전문적으로 건조하고 거제조선소는 해양과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꾸려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사내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연내 해외 조선소 기본계획을 확정하려고 했으나 불발됐다. 삼성중공업은 조선업황 부진과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무산 등이 겹치며 해외 조선소 건립을 결정하지 못하고 미뤘는데 여전히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이 곧 동남아 조선소 건립에 착수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선업황이 일반상선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도 과거 전성기 시절 매출을 떠받치던 드릴십과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대형 컨테이너선 위주로 수주구조가 변하고 있다.
3월 말 기준으로 삼성중공업의 수주잔고에서 해양설비와 LNG선 비중은 78%로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컨테이너선과 탱커는 19%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1분기 신규수주는 컨테이너선과 탱커가 83%, LNG선은 17%다. 해양설비는 아예 없다. 삼성중공업 매출 구조가 해양 중심에서 상선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거제조선소는 8곳의 도크 가운데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을 건조하는 도크는 네 곳이다. 컨테이너선 물량을 무작정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건조를 전문으로 하는 신규 조선소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경쟁상대인 일본조선사들이 대형 컨테이너선 건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공격적 투자를 단행하는 것도 박 사장으로서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이마바리조선은 400억 엔을 투자해 마루메가시 조선소에 일본 최대 규모의 도크를 신설하고 있다. 16년만의 대형 도크 건설이다. 내년 10월 이 도크가 완성되면 이마바리조선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능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와사키중공업도 2017년까지 300억 원을 투자해 중국 랴오닝성 조선소 도크를 정비하고 대형 크레인 강재 가공공장을 증설한다. 가와사키중공업이 조선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7년 만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루마니아 망갈리아에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수빅에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도 베트남 비나신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는 일반상선 중심 수주로 특수선에 주력하는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와 함께 투트랙 체제로 생산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