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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왼쪽)과 정병모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갈 길이 바쁜데 노조와 임금협상이라는 큰 짐을 짊어지게 됐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임금협상을 앞두고 노조 요구안을 회사에 전달하고 하청노조와 연대해 힘을 불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임금협상 타결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지만 노사 양측의 입장이 지난해 크게 달라진 점이 없는 데다 감정의 골도 깊어져 순조로운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안팎에서 권 사장이 그동안 쌓인 현대중공업 노사의 신뢰위기를 풀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현대중공업은 4일 노조 임금협상 요구안을 받았지만 구체적인 회사안과 임금협상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기본급 12만7560원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실적 예상치와 재무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구체적 회사입장을 내놓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임금협상도 여름휴가 전에 마무리하는데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라며 “다만 통상임금에 관한 법원판결 등 미해결된 변수들이 많아 아직 구체적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현대중공업 하청노조와 연대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연대에 나선 데 대해 “현대중공업 노조는 1만7천여 노조원의 대표로 전임 노조원 51명이 근무하지만 하청노조원은 3만6천여 노조원에 전임자가 6~7명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노조의 연대투쟁은 임금협상을 앞두고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의 경우 하청비율이 높아 연대투쟁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이런 대응은 현대중공업 노사의 뿌리깊은 불신이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오갑 사장은 지난해 9월 부임한 뒤 노조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권 사장은 취임한 뒤 임직원 식당에 작업복 차림으로 나타나 같이 식사하고 출근 시간에 전단지를 돌리며 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설명하는 등 임직원들과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노조는 권 사장이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추진한 사무직 성과급 제도와 희망퇴직이 생산직에도 확대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지난해 미수금을 손실금으로 처리하는 방법으로 적자규모를 부풀려 노조를 압박했다”며 “막대한 적자를 낸 것은 경영진의 잘못이지 19년 동안 무파업으로 일한 노동자들의 책임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런 노조의 의심을 걷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조가 우려하는 생산직의 구조조정 추진과 성과급 도입은 계획에 없다”며 “회계와 관련해서 엄격한 기준으로 공정하게 처리하고 있어 노조가 의심하는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