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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의 삼성그룹 경영권 상속 원칙

김희정 기자 mercuryse@businesspost.co.kr 2014-04-06 21: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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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철의 삼성그룹 경영권 상속 원칙  
▲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삼성그룹이 경영승계를 눈앞에 두고 있다. 관심의 초점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자녀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 등이 어떻게 역할을 나눠 삼성그룹을 승계 받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역사는 되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삼성그룹을 어떻게 물려줬는지를 살펴보면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을 어떻게 승계할지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병철 회장은 1979년 삼남이자 3남5녀 중 일곱째인 이건희 회장에게 삼성그룹 부회장을 맡기면서 후계구도를 공식화했다. 이병철 회장이 타계한 1987년 이건희 회장은 그룹 회장에 올라 승계를 완성한다.

이병철 회장은 생전에 스스로 만든 승계구도에 따라 자녀들에게 회사를 물려줬다. 이병철 회장은 큰 아들 이맹희씨와 둘째 아들 이창희씨를 후계구도에서 탈락시키고 셋째아들 이건희 회장에게 삼성그룹 경영권을 물려주었다. 또 장손인 이맹희씨의 아들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배려했다.

이병철 회장은 삼성그룹이 모태기업인 제일제당 삼성물산 제일모직 가운데 제일제당을 장손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에게 물려주었다. 그리고 나머지 아들딸들에게 삼성그룹의 본령이 아니라 주로 소비재를 다루는 기업들을 넘겨줘 삼성그룹이 향후 성장을 하는 데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했다. 제일제당만 해도 삼성의 모태기업이지만 당시 식용유 밀가루 설탕 등을 제조하는 회사였다.

이병철 회장은 유학자 집안에서 태어나 회사를 경영할 때도 ‘논어’의 자세를 강조할 만큼 유교사상을 중시했다. 장남에게 삼성그룹을 물려주지 않아 비록 장자승계를 하지는 않았지만 후계자인 이건희 회장에게 사실상 삼성그룹의 거의 모든 것을 물려줘 적통을 세우도록 했다.

◆ 이재현의 제일제당(현 CJ)


  이병철의 삼성그룹 경영권 상속 원칙  
▲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병철 회장의 장남 이맹희씨도 삼성그룹의 역사에서 한 때 후계자의 반열에 올랐다. 이건희 회장보다 11살이 많은 이맹희씨는 아버지 밑에서 차근차근 경영수업을 받았다. 그러나 이맹희씨는 1966년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삼성의 사카린 밀수사건을 계기로 삼성그룹뿐 아니라 집안에서도 내쳐지는 신세가 됐다. 당시 이병철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후퇴해 있을 당시 이맹희씨가 차남 이창희씨와 함께 삼성그룹을 장악하려다가 이병철 회장의 눈 밖에 났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병철 회장은 이맹희씨를 내친 뒤 이건희 회장을 후계자로 지목한 뒤 나중에 이맹희씨가 ‘장남’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삼성그룹으로 들어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몹시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철 회장은 이맹희씨를 내쳤으나 이맹희씨의 아들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장손으로 무척 아꼈다고 한다. 이재현 회장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씨티은행에 입사했지만 이병철 회장의 부름을 받고 1885년 제일제당에 들어갔다.

이재현 회장은 1987년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회장이 된 뒤 제일제당을 맡아 경영을 하다 1993년 삼성그룹에서 분리해 독립했다. 그 후 2002년 CJ로 회사 이름을 바꿨다.

◆ 이명희의 신세계백화점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이병철 회장의 3남5녀 중 막내다. 이병철 회장은 각별히 막내딸인 이명희 회장을 아꼈다고 한다. 이명희 회장이 결혼을 하고 현모양처가 되고자 했으나, 이병철 회장이 ‘여자도 사회활동을 해야 한다’며 1979년 신세계백화점 영업사업본부 이사로 출근을 하게 했다.

당시 이병철 회장은 이명희 회장에게 "누군가에게 맡겼으면 전적으로 신뢰하고, 서류에 사인하려고 하지 마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명희 회장은 이 가르침을 따랐다. 이병철 회장은 막내딸에게 신세계백화점을 떼 내 줬다. 신세계백화점도 1991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분리돼 독립했다.

◆ 이창희의 새한그룹과 이인희의 한솔그룹


이병철 회장의 차남 이창희 새한그룹 회장도 장남 이맹희씨와 함께 삼성그룹에서 내침을 당했다. 장남 이맹희가 1993년 쓴 ‘묻어둔 이야기’라는 자서전을 보면 당시 이병철 회장은 이맹희씨와 동일하게 이창희 회장에게도 외국으로 나갈 것을 요구했다. 이 역시 이건희 회장으로 경영권이 승계된 뒤 혹시라도 모를 사태를 막기 위한 조처였던 셈이다. 그러나 이창희 회장은 "제가 뭘 잘못했다고 미국으로 갑니까? 저는 삼성을 살리려고 그랬습니다"라고 항변했다고 한다.

이창희 회장은 그 뒤 이병철 회장 곁에서 묵묵히 일하며 용서를 구했다. 그러다 1977년 새한미디어를 설립해 삼성그룹에서 벗어나 독자노선을 걸었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회장이 된 뒤 '제일합섬'을 받아 새한미디어와 제일합섬을 합쳐 새한그룹을 세웠다.

이병철 회장의 장녀인 이인희 한솔제지 고문은 의사와 결혼했다. 이병철 회장은 의사인 맏사위에게 고려병원을 맡기고 이인희 고문에게 전주제지(한솔제지) 지분을 물려줬다. 전주제지도 1991년 한솔그룹으로 독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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