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 겸 코오롱티슈진 공동대표. |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가 퇴행성 관절염치료제 ‘인보사’의 판매중단에 따른 대책 마련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고의성 여부에 따라 인보사의 판매 허가가 취소될 가능성이 있고 인보사의 해외 진출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 대표가 1일 성분변경 문제로 인보사의 판매를 중단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후폭풍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보사는 연골세포에 재생 유전자를 삽입해 골관절염을 치료하는 치료제다. 그동안 인보사의 주성분은 1액인 ‘동종유래 연골세포’와 2액인 ‘티지에프-베타(TGF-β1) 유전자삽입 동종유래 연골세포’로 구성됐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의 검사결과 형질전환세포(TC)가 연골세포가 아닌 293세포(신장세포)로부터 유래된 것이 확인되면서 코오롱생명과학은 3월31일 인보사의 유통과 판매를 전격 중지했다.
이번 사태는 코오롱생명과학의 ‘고의성’ 여부에 따라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
만약 코오롱생명과학이 임상시험을 진행하면서 사전에 293세포가 있는 것을 알고도 고의로 데이터를 숨겼다면 약사법 제 31조와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제8조 위반으로 인보사의 품목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이 대표가 이날 “연골유래세포가 아니라 293유래세포라는 것을 최근에 확인하게 됐다”며 “이번 사태는 규제기관으로부터 요구받은 것도, 다른 기업으로부터 의문이 제기된 것도 아닌 우리가 알자마자 기업윤리를 위해 공시한 것”이라고 말한 것도 고의성의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에게 다행스러운 점은 인보사가 첫 임상부터 현재까지 11년 동안 부작용 사례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코오롱생명과학이 고의성 문제에서만 자유로울 수 있다면 인보사의 판매허가가 취소되는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인보사의 해외 진출 계획도 수정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 대표는 인보사의 미국 출시를 위해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안정성 논란에 매우 민감한 조직이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유전자 치료제의 임상절차를 강화한다면 인보사의 미국 출시가 예상보다 훨씬 지연될 수도 있다.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시장인 미국 진출이 지연되면 인보사를 글로벌 블록버스터(연매출 1조 원 이상)로 키우려던 이 대표의 꿈도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우선 인보사의 미국 임상3상을 잠정중단했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3월30일 미국 식품의약국에 관련된 내용의 통지서(Notification Letter)를 보냈다”며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대면 미팅을 통해 향후 절차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보사의 기술수출 계약도 불안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8년 말 글로벌제약사 먼디파마에 6700억 원 규모에 인보사의 일본 판매권리를 넘긴 것을 비롯해 약 1조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이번 사태를 완벽히 해결하지 못하면 계약 유지가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7년 일본 제약사 미쓰비시타나베와 맺은 5천억 원 규모의 인보사 기술수출 계약이 파기된 적 있다. 신약 기술수출 계약은 파기되는 사례가 종종 나온다는 것을 고려하면 또 일방적으로 계약파기를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절차에 따라 인보사의 유효성과 안정성을 인정받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인보사의 기술수출 및 판매 협력사들과 관계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분간 협력사들의 동요가 있을 것이고 허가절차 지연 등을 예상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인보사의 유효성이 재검증되는 순간 협력관계는 복원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