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9-03-27 12:22:45
확대축소
공유하기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을 조속히 타결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르노 본사뿐 아니라 닛산까지 르노삼성차 부산 공장에 물량을 배정하지 않겠다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인데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 경영진과 노조 모두가 상처를 받게 된다.
▲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르노삼성차 노사는 27일 오후 2시 부산 공장 대회의실에서 임금과 단체협약 협상을 진행한다. 8일 임단협 협상이 결렬된 지 19일 만이다.
고용노동부가 26일 회사와 노조측 관계자들을 불러 중재를 하면서 그동안 중단됐던 임단협 협상의 장이 마련됐다.
하지만 노사 협상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은 현재로서 크지 않아 보인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이날 임단협 재개를 앞두고 핵심 교섭사항을 논의했지만 견해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노조는 기본급 동결에 서로 의견을 모은 만큼 노동강도 완화와 고용문제 개선에 집중해 협상하자고 주장했지만 르노삼성차는 생산성 저하를 이유로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기존 태도를 유지했다.
주재정 르노삼성차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시간당 차량 생산대수를 줄이고 외주 용역화를 금지하는 등 노동강도 완화와 고용 보장 등을 요구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며 “협상을 해봐야 알겠지만 회사가 전향적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교섭이 타결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회사는 특히 일부 작업물량의 외주 용역화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단체협약에 명시하자는 노조의 요구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단체협약은 근로기준법보다 우선시되는 법적 효력을 지니고 있어 경영권에 심각한 제약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주 수석부위원장은 “단체협약 문구에 고용안정 문제를 명시하는 것이 어렵다면 별도합의서 작성을 통해서라도 해결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회사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협상 진전이 어렵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는 노사협상 타결이 계속 늦어지면서 갈수록 부담스러운 상황에 몰리고 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동맹)의 한 축인 닛산은 최근 부산 공장에 위탁하고 있는 로그의 생산물량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르노삼성차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해에 10만 대를 배정해왔지만 이보다 40% 줄어든 6만 대만 위탁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르노 본사가 르노삼성차의 부산공장에 배정하려던 ‘XM3’ 물량을 스페인 공장으로 돌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신차 물량 확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는데 이미 확보하고 있는 물량까지 축소되면 공장 가동률이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노조의 부분파업이 장기화하자 안정적 생산이 가능한 다른 해외공장으로 생산 물량을 돌리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현재 르노삼성차의 공장 가동률은 85% 수준이지만 닛산 로그 물량이 줄어들면 손익분기점 수준인 70%대로 떨어져 영업손실을 보는 것이 불가피할 수 있다.
회사쪽은 사실상 ‘생산 절벽’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점을 앞세워 노조를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조가 생산물량 확보와 관련한 본사의 움직임을 미심쩍어 하고 있어 회사쪽의 설득이 먹힐 가능성은 높지 않다.
노조 관계자는 “르노와 닛산의 배정물량 압박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라며 “노조에서 다른 경로를 통해 알아본 결과 르노와 닛산이 부산공장에 배정할 물량과 관련해 아직까지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쪽은 물량을 뺄 수도 있다는 뉘앙스로 노조를 압박하고 있는데 협상장에서 사측이 물량배정과 관련한 구체적 자료들을 내놓지 않는다면 그동안 우리가 주장해왔던 사항들을 계속 요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