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사장.
나이스신용평가는 아시아나항공의 장단기 신용등급을 하향검토 감시 대상에 등재했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아시아나항공의 무보증사채, 기업어음,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을 각각 '워치리스트 하향 검토'에 등록했다.
두 신용평가사는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등재한 이유를 모두 아시아나항공이 22일 공시한 2018년 결산 감사보고서 감사의견이 ‘한정’으로 나타나면서 회계정보 신뢰성이 저하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감사보고서 ‘한정’ 의견은 대상 주식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기는 하지만 거래 자체는 가능하다.
상장폐지 가능성도 매우 낮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아시아나항공이 2019년 연간 목표로 잡고 있는 ‘재무구조 개선’에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나항공은 지금까지 자산유동화증권(ABS)을 통해 많은 양의 자금을 융통해왔다. 아시아나항공이 현재까지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의 규모는 1조2천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자산유동화증권이란 기업의 매출채권 등 유동화자산을 기초로 해 발행된 증권을 말한다. 자산유동화증권의 원리금은 유동화자산의 운용, 처분 등에 따라 발생하는 수익으로 갚게 된다. 다시 말해 아시아나항공은 보유하고 있는 유동화자산을 운용해 발생한 매출의 일부를 자산유동화증권 상환에 써야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이 현재 신용등급인 BBB-에서 한 단계만 떨어져도 자산유동화증권을 조기 상환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는 점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 조기 상환 사유에는 ‘유효 신용등급이 BB+(투기 등급)이하로 하락할 때’가 포함돼 있다.
또한 신용평가등급은 이자율, 대출한도 등 금융기관과 거래조건에도 반영되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실제로 하락한다면 아시아나항공의 자금 확보에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29일 발행하기로 했던 650억 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중단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의 감시대상에 올리면서 앞으로 회사의 재감사 신청 경과와 이에 따른 감사의견 및 주요 재무수치 변화 여부를 지속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재감사 결과 ‘적정’ 의견을 받는 것은 빨라도 3분기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재감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아시아나항공의 실적이 현재 알려진 것보다 악화할 가능성도 높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회사 측은 회계법인과 재감사를 통해 적정의견을 최대한 빨리 도출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적정의견이 나오는 것은 최소한 반기검토 보고서에서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재감사 과정에서 이번에 정정공시된 재무제표상 실적보다 비용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무엇보다 재무제표의 신뢰성이 저하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은 이번에 ‘한정’ 감사의견을 받은 것이 회사의 재무건전성과 무관하고 엄격한 회계기준을 반영한 결과일 뿐이기 때문에 신뢰등급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한정 의견을 받은 이유를 두고 “주로 충당금 추가 설정의 문제로 회사의 영업능력이나 현금 흐름과 무관한 회계적 처리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1일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보고서 ‘한정’ 결과를 받았다고 22일 공시했다.
유가증권시장 규정에 따르면 감사의견 한정을 받으면 사유 발생 다음날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관리종목 지정 사유 발생일과 지정일에는 거래가 정지되기 때문에 25일까지 아시아나항공 주식 거래는 중지되며 26일부터 매매가 재개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