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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 |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이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조직개편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해외진출에 나서고 있다. 때마침 진출이 까다롭다는 영국에서 다리 건설을 수주하기도 했다.
◆ 글로벌 공약을 위한 조직개편 단행
최 사장이 지난 1일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조직개편의 가장 큰 목표는 해외사업 강화다. 최 사장은 글로벌마케팅실 이름을 마케팅실로 바꾸고 이곳에 인재들을 끌어 모았다. 주요 해외 거점들도 마케팅실 산하로 편입했다. 업무가 중복되던 마케팅부문과 세일즈부문도 명확하게 분리했다.
직무 특성에 따른 통폐합도 눈에 띄었다. 최 사장은 평소에도 직원들에게 직무 특성에 따른 업무 역할을 강조해 왔다. 국내 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주택부문 일부 사업부를 통폐합했다.
최 사장은 ‘혁신DNA’ ‘위기의 해결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그룹 내에서 위기가 닥친 계열사에 최 사장을 투입해 왔기 때문이다.
최 사장의 추가적 조직개편은 물론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 가능성을 놓고도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물산과 엔지니어링이 합병할 경우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사업영역에서 겹치는 부분이 거의 없고 삼성물산의 신성장동력인 플랜트 분야에 강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국내 주택시장을 벗어나 세계적인 트렌드에 맞춘 글로벌 종합건설시공사(EPC)로 거듭나려면 플랜트 분야 강자인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삼성물산이 그리는 미래 청사진, ‘해외비중 85%’
최 사장은 지난 1월 올해 해외 수주의 비중을 85%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GE에너지에서 영업총괄 사장을 지냈다. 이 경험을 살려 향후 플랜트와 에너지 분야에 기술력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삼성물산의 건설 부문의 비중은 계속 커지고 있다. 회사 전체 매출에서 건설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년 전 35%에서 지난해 47%로 커졌다. 반면 상사부문의 비중은 65%에서 52%로 작아졌다.
이처럼 건설부문 매출이 늘어난 것은 해외 공사 수주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물산의 해외수주액은 13조2600억 원이었다. 최 사장은 올해 해외 수주액을 18조1000억 원까지 키우겠다고 밝혔다.
최 사장이 국내시장을 버리고 해외에만 매진하는 것은 시장 환경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건설 수주액은 전년대비 10% 감소한 91조 원이었다. 반면 해외 수주액은 69조 원으로 전년보다 소폭 늘었다. 이 가운데 삼성물산은 국내 수주의 6%, 해외 수주의 20% 를 차지했다.
최 사장은 정체되고 포화된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에서 승부를 걸려고 한다. 삼성물산은 세계 3대 초고층 빌딩에 모두 참여해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도로 철도분야에서도 세계 5위 규모인 인천대교를 성공적으로 준공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최 사장은 해외 진출 국가 범위도 넓히고 있다. 삼성물산은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캐나다 등 6개 국가에서 12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몽골, 칠레 등 신흥국뿐 아니라 영국, 유럽, 호주 등 선진국에서까지 사업을 전개하려고 한다.
◆ 영국에서 첫 공사 수주하고, 국내에서 과징금 내고
삼성물산은 최근 국내 최초로 영국에서 공사를 수주했다. 영국은 시공사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수행경험을 요구하기로 유명하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세계적 역량을 갖춘 고객과 협업으로 유럽을 비롯한 선진 건설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4일 영국의 교량공사에 참여했다. 영국 '머시 게이트웨이(Mersey Gateway)'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최종 계약을 마무리했다. 이 프로젝트는 영국 런던 북서쪽 리버풀 머시를 통과하는 2.13km, 6차선 다리를 건설하는 공사다.
삼성물산은 영국 건설사 키어(Kier)와 스페인 건설사 FCC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총 공사비는 약 4억5000만 파운드(약 8천억 원)으로 삼성물산 지분은 33%(약 2천600억 원)다.
한편 경인운하사업 공사입찰 과정에서 삼성물산을 포함해 13개 대형건설사들이 나눠먹기 수주를 위해 담합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건설회사들에게 99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삼성물산은 84억9천만 원을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