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와 짜고 불법 채권거래를 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는 27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증권사 7개의 본점을 압수수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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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27일 불법 채권거래 혐의로 아이엠투자증권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뉴시스> |
이 증권사들은 맥쿼리투자신탁운용(옛 ING자산운용)과 결탁해 기관투자자들이 맡긴 자금으로 불법 채권거래인 채권파킹거래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에 동부증권, 신영증권, 아이엠투자증권, 키움증권, 현대증권, KTB투자증권, HMC투자증권 등이 올랐다.
맥쿼리투자신탁운용은 호주에 본사가 있는 글로벌 금융종합회사 맥쿼리그룹이 지난해 ING자산운용을 사들여 새로 출범시킨 100% 자회사다. 이번 사건은 ING자산운용 시절에 일어났다.
채권파킹거래는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가 채권을 사들인 뒤 곧바로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에 넣지 않고 구두로 채권을 사겠다고 요청한 증권사에 잠시 맡기는 것을 가리킨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현재 위법행위로 간주된다.
증권사는 채권을 맡겨놓은 동안 금리가 떨어지면서 가격이 오르면 정식으로 매수한다. 그뒤 가격이 오르면서 생긴 차익을 펀드매니저와 나눈다. 그러나 금리가 올라 채권 가격이 낮아지면 손실을 입기 때문에 고객의 투자자산에 피해를 전가하는 경우가 많아 위법이 됐다.
검찰은 ING자산운용에서 일했던 전직 펀드매니저가 2012년 5월부터 약 1년 동안 7개 증권사의 채권중개인과 모의해 4600억 원 규모의 채권을 채권파킹거래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 펀드매니저는 채권파킹거래를 하는 도중 채권금리가 크게 올라 증권사가 손실을 입자 저가매도 등 조작된 거래를 통해 투자위탁된 재산을 부당하게 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위탁된 재산에 전가된 손실만 113억 원에 이른다.
검찰은 금융감독원이 이런 사실을 적발해 수사를 의뢰하자 지난주 맥쿼리투자신탁운용을 압수수색했다. 용의자인 전직 펀드매니저는 구속됐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초 맥쿼리투자신탁운용에 신규 투자일임계약 체결금지 등 업무 일부정지 3개월을 내리고 과태료 1억 원을 부과했다. 펀드매니저와 대표이사를 비롯해 이번 일에 관련된 임직원들도 면직과 직무정지 등 징계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채권파킹거래에 참여한 증권사들 가운데 신영증권, 키움증권, KTB투자증권에게 기관경고 징계와 과태료 5천만 원을 부과했다.
동부증권과 아이엠투자증권은 기관주의 조치와 과태료 5천만 원, 현대증권과 HMC투자증권은 과태료로 각각 2500만 원과 3750만 원을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7개 증권사들의 관련 임직원들에게도 정직과 감봉 등 징계를 내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