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매체 트레이드윈즈는 "최근 선박 건조가격이 3~5%가량 오른 데다 한국 조선사들이 요구하는 가격과 발주처들이 원하는 가격 수준이 엇갈려 신규 발주 협상들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가 수주 영업에 더 힘을 실으면서 선주들과 접촉이 잦아졌다는 것이다.
영국의 조선해운전문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지난해와 비교해 주춤하다. 지난해 1월에는 배가 288척 발주됐지만 올해 1월에는 101척으로 줄었고 2월 발주량도 지난해 114척에서 올해 34척으로 급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발주에 속도가 붙지않는 이유가 선박 가격 때문일 것으로 본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용선시장 운임료가 크게 오른다든지 하는 변화가 있지 않고서는 조선3사가 올려 부르는 가격에 선뜻 발주할 선사들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2월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31포인트로 1월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신조선가지수는 1988년 1월 기준으로 선박 건조비용을 100으로 놓고 매달 가격을 비교한 것인데 지수가 100보다 클수록 건조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뜻이다.
실제로 조선3사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건조가격은 올해 2월 1억8500만 달러로 반등했다.
최근 몇 년 동안 LNG운반선 건조가격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2015년 1억9900만 달러, 2016년 1억9700만 달러로 내렸고 2017년과 2018년에는 1억8200만 달러로 뚝 떨어졌다.
올해 2월 기준 초대형 원유운반선의 평균 건조가격은 9300만 달러로 집계됐다. 2018년 9250만 달러보다 0.5%, 2017년 8150만 달러보다는 14%가량 비싸졌다.
아프라막스급 유조선은 2017년 4400만 달러에서 지난해 4800만 달러, 올해 1월 기준 4850만 달러로 건조가격이 상승했다.
그러나 조선3사는 선박 건조가격이 여기서 더 오르지 않으면 경영 정상화를 이루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회복세를 보이고 있긴 해도 호황기와 비교하면 턱없이 모자른 수준이라는 것이다. 2011년 만해도 LNG운반선은 2억 달러를 넘었고 초대형 원유운반선은 9900만 달러에 계약됐다.
반면 선주들로서는 비싸진 가격이 달갑지 않은 것이 당연한 만큼 조선사들과 줄다리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선박 중개업체인 브레마(Braemar ACM)는 “2016~2017년에는 이중 연료엔진을 장착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9천만 달러면 살 수 있었는데 이제는 기본 초대형 원유운반선에 9300만 달러를 줘야 한다”며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가격은 아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물론 올해 하반기 즈음 카타르와 모잠비크, 러시아 노바텍으로부터 대규모 LNG운반선 발주가 예상되는 만큼 이를 계기로 조선3사의 수주가격 상승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현재 LNG 수요가 세계적으로 늘어나면서 LNG운반선을 중심으로 발주량이 반등하고 있고 원유운반선도 노후선이 많아 교체수요가 상당하다”며 “건조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