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가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조양래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이 31년 만에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고 3세 경영이 본격화하고 있다.
▲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사장. |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그룹 대표이사 부회장과 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사장은 회사이름에서 타이어를 들어 내는 대신 테크놀로지를 넣어 타이어 ‘한 우물’만 팠던 아버지 조 회장과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14일 한국타이어에 따르면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은 사업 다각화를 위해 신사업을 발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타이어와 자동차는 물론 다른 분야에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조양래 회장의 퇴진과 함께 회사이름까지 바꾸면서 대대적 변화에 나설 채비를 갖췄다.
조양래 회장은 28일 열리는 주주총회 이후 모든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내려온다. 주주총회에서는 회사이름 변경안도 처리된다.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한국타이어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로 바뀐다.
타이어사업의 매출 비중이 96%에 이르는 한국타이어가 지주회사 이름에서 ‘타이어’를 뺐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와 다른 모습으로 회사를 이끌겠다는 두 형제의 의지가 읽힌다.
최근 움직임에 비춰봤을 때 한국타이어를 종합 자동차 부품회사로 키워가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타이어는 최근 수입차 정비시장에 뛰어든 데 이어 트럭버스용 타이어 렌탈 서비스사업을 준비 중이다.
한국타이어가 자동차 공조시장에서 과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한온시스템의 2대주주라는 점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보탠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1월1일 조직개편을 단행해 ‘카라이프사업본부’를 새로 만들었다.
세계 자동차시장의 성장세 둔화에 덩달아 타이어 시장도 침체되면서 타이어 한 우물만 파서는 기업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타이어 관련 회사를 대상으로 2016년부터 활발하게 진행되던 인수합병하려던 움직임이 최근 들어 사실상 멈춘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조양래 회장이 인수합병을 통한 글로벌 유통 네트워크 확대 전략를 펴왔다는 점에서 조 회장의 퇴진과 함께 한국타이어의 경영전략이 대폭 수정됐을 가능성이 높다.
조 회장은 2012년 24년 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한 뒤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과 더불어 유통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데 힘을 쏟았다.
한국타이어는 중국 충칭과 헝가리 라찰마쉬, 미국 테네시 등에서 20억 달러를 들여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해외 타이어 유통기업인 호주 작스 타이어즈와 독일 라이펜 뮬러를 인수했다.
조현식 부회장이 여러차례 변화와 혁신을 강조한 만큼 사업 다각화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인수합병에 쓸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을 들고 있어 새로운 사업 관련 매물을 인수하는 데에도 부담이 적다.
한국신용평가가 올해 1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가 올해 가용할 수 있는 현금자산은 1.8조 원에 이른다.
조 부회장은 오래 전부터 타이어와 무관한 사업에 관심을 보여왔다.
그는 2013년 한국타이어 기업설명회에서 지주회사로 전환을 발표하고 신규사업 계획을 내놓으며 “기존 타이어사업 외에 신규 사업에 나설 수 있다”며 “적당한 매물이 있다면 인수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범 사장이 한국타이어를 이끌고 있지만 회사경영과 관련된 발언이나 신년사는 조현식 부회장이 맡아 왔다는 점에서 두 형제의 의중이 실린 발언으로 볼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